나노가 세상을 지배한다

나노가 세상을 지배한다

박건형 기자
입력 2007-11-19 00:00
수정 2007-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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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몇년 전, 과학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각광받았던 나노 기술은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노벨 물리학상이 나노 기술을 연구한 페르와 그륀베르크에게 수여되면서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도 올해의 국가과학자로 나노 분야의 대가인 KAIST 화학과 유룡 교수를 선정하며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생명기술(BT)과 함께 미래 산업의 보고로 평가되는 나노기술(NT)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을까?

거인이 된 난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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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보다 100배 강한 신소재 탄소나노튜브 구조도
강철보다 100배 강한 신소재 탄소나노튜브 구조도
난쟁이를 뜻하는 라틴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나노’는 10억분의 1을 뜻하는 접두사다.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8만∼10만분의 1정도이며, 수소원자 10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뭉뚱그려서 ‘나노’라고 부르지만, 나노기술은 간단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다.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는 물론 수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기계공학 등 공학과 산업 모두에서 복합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자동차, 컴퓨터 부품, 의약품, 화장품 등에 실제로 적용되고 있으니 실체가 없는 이상적인 기술도 아니다. 난쟁이의 어원을 갖고 있는 나노가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는 ‘거인’으로 커버린 셈이다. 나노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것이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원자설’이다. 데모크리토스는 원자가 모든 물질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빵을 예로 들어 빵이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상태를 원자로 가정했다.

그렇다면 빵을 쪼개는 과정에서 어디 정도까지가 빵일까? 빵의 맛은 어느 정도 쪼개는 순간에 사라지며, 거꾸로 원자가 몇 개 모여야 빵의 맛과 성질을 가지게 될까?

바이러스 잡는 나노로봇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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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연구원이 만들어낸 나노 부품들
한국표준연구원이 만들어낸 나노 부품들
나노기술은 이처럼 물질이 작아졌을 때의 성질을 파악하고 이용하는 기술이다. 물질은 나노 수준으로 쪼개지면 원래 성질과 전혀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금의 경우 수십나노 크기로 작아지면 붉은색으로 바뀌며, 이후 푸른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나노 금입자와 은입자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촉매로 사용된다.‘은나노 세탁기’가 월등한 세탁력을 자랑하는 것도 은나노 입자가 탁월한 촉매이기 때문이다. 나노 크기인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나노 로봇을 몸 속에 주입하는 것은 의사들이 꿈꾸는 나노 기술의 최고봉이다. 과학자들은 나노 로봇이 혈액을 타고 바이러스를 박멸한 후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고분자와 탄소 나노튜브의 복합 재료는 철보다 100배 이상 강하고 섬유처럼 부드럽다. 특히 열에 강하고 가벼워 항공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21세기 연금술…안전성 확보돼야

나노기술은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불린다. 먼지보다 작은 첩보로봇, 머리카락 굵기에 백과사전을 저장하는 초미니 반도체 등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도 실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나노기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나노센서는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보여줬던 ‘빅 브러더’의 등장을 연상시킨다. 미세먼지보다 더 작아 뇌세포나 폐세포로 침투할 수 있는 나노입자들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검증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나노기술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유룡 교수는 “나노기술은 우리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인 만큼 학문적이나 사회적으로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한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07-11-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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