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가족(MBC 일요영화특선 밤 12시45분)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충격으로 비틀거리던 한국사회에 기묘한 영화 한 편이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김지운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 ‘조용한 가족’.
길거리에 붙은 포스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쉿!”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듯한 여섯 개의 표정.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한 그 모습은 ‘코믹잔혹극’을 표방한 영화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산장을 개업한 여섯 식구는 투숙객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그러다 지칠 무렵 겨우 찾아온 첫 손님이 그날밤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다. 두려움에 떠는 가족들은 살인한 것으로 오인받거나, 막 시작한 장사를 망치게 될까봐 시신을 땅 속에 묻어버린다.
곧 이어 남녀손님이 두 번째로 찾아오는데, 하필이면 동반자살의 장소로 이곳을 고른 사람들이다. 두 사람 역시 이튿날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경악한 가족들은 시체를 또 다시 몰래 매장한다. 하지만 죽었던 남자가 살아나 다시 눈앞에 나타나고, 당황한 가족들은 그를 죽이고 만다. 이제 자의건 타의건 이들은 살인과 암매장의 수렁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연극연출가 출신의 김지운 감독은 영화판의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의뭉스러움으로 코미디도 아닌 스릴러도 아닌, 이제껏 보기 어려웠던 블랙코미디 한편을 뚝딱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2002년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가타쿠리가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이케 감독이 “오리지널은 김지운 감독의 첫 작품이어서 그런지 두번 다시 재현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같은 영화를 만들려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듯이, 두 영화는 설정만 같을 뿐 분위기와 결말이 완전히 다르다.
‘조용한 가족’ 이후 김지운 감독은 ‘반칙왕’,‘커밍아웃’,‘장화, 홍련’,‘달콤한 인생’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늘리며 ‘조용하지 않은’ 행보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개봉된다는 그의 차기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13분짜리 프로모션 동영상만으로도 프랑스와 영국 시장에 한국영화 사상 최고가로 판매됐다는 소식이 들려와 기대감을 더욱 부풀게 하고 있다.103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길거리에 붙은 포스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쉿!”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듯한 여섯 개의 표정.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한 그 모습은 ‘코믹잔혹극’을 표방한 영화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산장을 개업한 여섯 식구는 투숙객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그러다 지칠 무렵 겨우 찾아온 첫 손님이 그날밤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다. 두려움에 떠는 가족들은 살인한 것으로 오인받거나, 막 시작한 장사를 망치게 될까봐 시신을 땅 속에 묻어버린다.
곧 이어 남녀손님이 두 번째로 찾아오는데, 하필이면 동반자살의 장소로 이곳을 고른 사람들이다. 두 사람 역시 이튿날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경악한 가족들은 시체를 또 다시 몰래 매장한다. 하지만 죽었던 남자가 살아나 다시 눈앞에 나타나고, 당황한 가족들은 그를 죽이고 만다. 이제 자의건 타의건 이들은 살인과 암매장의 수렁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연극연출가 출신의 김지운 감독은 영화판의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의뭉스러움으로 코미디도 아닌 스릴러도 아닌, 이제껏 보기 어려웠던 블랙코미디 한편을 뚝딱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2002년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가타쿠리가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이케 감독이 “오리지널은 김지운 감독의 첫 작품이어서 그런지 두번 다시 재현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같은 영화를 만들려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듯이, 두 영화는 설정만 같을 뿐 분위기와 결말이 완전히 다르다.
‘조용한 가족’ 이후 김지운 감독은 ‘반칙왕’,‘커밍아웃’,‘장화, 홍련’,‘달콤한 인생’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늘리며 ‘조용하지 않은’ 행보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개봉된다는 그의 차기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13분짜리 프로모션 동영상만으로도 프랑스와 영국 시장에 한국영화 사상 최고가로 판매됐다는 소식이 들려와 기대감을 더욱 부풀게 하고 있다.103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7-08-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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