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 그림] 루이스 부르주아 ‘출구 없음’

[아하! 이 그림] 루이스 부르주아 ‘출구 없음’

윤창수 기자
입력 2007-04-24 00:00
수정 2007-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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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의 안방극장은 김수현 작가의 독한 ‘불륜 드라마’에 점령당했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불륜을 어떻게 풀어갈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루이스 부르주아(96)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 조각작품으로 불륜의 상처를 극복하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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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양탄자 수선사업을 해온 집안에서 태어난 부르주아는 영어 가정교사와 불륜관계를 맺은 아버지를 보고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배신의 상처와 아버지에 대한 증오, 어머니에 대한 연민은 부르주아가 아흔이 넘어서까지 작품활동을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부르주아는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옥상 조각공원과 리움미술관 야외에 전시된 거대한 거미조각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합니다.

거미는 작가가 스무살 때 사망한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부르주아는 거미 조각에 ‘마망’이란 작품명을 붙이기도 했지요.

그럼 오는 6월29일까지 국제갤러리(02-733-8449)에서 전시되는 그의 회고전 ‘추상성’전에서 아버지는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 볼까요.

거미 외에 ‘밀실’과 같은 거대한 설치작품은 부르주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출구 없음(사진 위)’은 일단 그 모양 자체가 남성의 고환처럼 보입니다. 계단 뒤로는 부모의 이야기를 엿듣는 아이를 형상화한 추상적인 조각이 있습니다. 아무 곳으로도 향하지 않는 계단에서는 근본적인 불안감과 도피심리를 엿볼 수 있는데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실망한 부르주아의 마음이겠지요.

두달전 부르주아를 만난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작가가 여전히 건강하다고 전했습니다. 정신은 말짱해 창작의욕에 불타지만, 몸이 따르지 못해 괴로운 처지라고 하네요.

기존의 어떤 양식이나 범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 온 부르주아. 추상에 가까운 기둥 형태의 인물상, 신체의 부분이나 성적인 이미지를 에로틱한 형상으로 표현한 조각, 손바느질한 천조각까지 작품의 소재나 기법도 매우 다양합니다.

젊어서는 불륜에 대한 분노를, 나이 들어서는 용서와 화해를 표현한 부르주아의 대규모 회고전이 올 가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하네요.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7-04-2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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