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릉원(大陵園)과 이웃한 경북 경주시 황오동 일대 신라고분 밀집지역에 대한 학술발굴조사가 시작됐다. 들머리에 물 색깔이 쪽빛이었다는 우물이 남아 있어 쪽샘지구라고 불리는 곳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소장 지병목)는 땅을 파기 전에 지신(地神)에게 알리고 위로하는 개토제(開土祭)를 지난 20일 현장에서 지내고, 연말까지 1만 6900㎡(5070평)를 발굴조사하기로 했다. 이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38만 4000㎡(11만 5200평)에 이르는 쪽샘지구 전체를 발굴조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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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훗날 천마총으로 명명된 황남동 155호 고분과 1975년 황남대총 이후 경주의 신라고분에 대한 본격 발굴조사는 32년 만이다.
고고학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마도와 금관을 제 손으로 수습한 선배들의 전설 같은 발굴 스토리를 들으며 꿈을 키워온 젊은 고고학자들은 내심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며 흥분을 억누른다. 반면 고참급 고고학자들은 전면 발굴보다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바라는 분위기이다.
고고학자들 사이에 시각 차이는 있어도 발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쪽샘지구가 뉴스를 양산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이 지역은 1970년대 버스터미널이 들어선 데 이어 식당촌으로 이름을 날리는 등 민가로 가득 차 상당수 고분은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도굴꾼들이 고분 위에 지은 민가를 통째로 사들인 뒤 유유하게 땅을 파헤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도로공사 과정에서도 중요한 유물이 수습되곤 하는 만큼 내일이라도 놀랄 만한 무엇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주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5월 발굴에 따른 세부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사전조사를 벌인 결과,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으로 추정되는 상당수 신라고분은 민가가 철거되면서 돌무지가 노출되는 등 파괴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몇몇 고분에서는 봉분의 흔적이 관찰되는 등 비교적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쪽샘지구 발굴조사팀장을 맡은 박윤정 학예연구사는 “천마총에 버금가는 신라왕족의 화려한 부장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부지를 추가로 사들이고 지속적으로 학술조사를 벌여 대릉원과 연계한 세계적인 고분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을 지낸 조유전 토지박물관장은 “발굴은 최소화하고 보존하는 것이 후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먼저 시굴조사로 유적의 분포상황을 확인한 뒤 발굴할 고분과 보존할 고분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것이 필요하다면 1926년 당시 스웨덴의 구스타프 황태자가 참관하는 가운데 발굴이 이루어져 금관과 금제허리띠, 귀고리 등이 다량으로 나왔으나, 현재는 봉분도 없는 노서동의 서봉총을 복원해 내부를 둘러볼 수 있게 만드는 등의 방법도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발굴조사 과정을 시민들이 연중 참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과 연계한 학습의 장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2007-03-2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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