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한국 뮤지컬사에 의미 있는 이정표 하나가 세워진다. 지난달 타계한 극작가 차범석의 대표작 ‘산불’이 칠레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알란파슨스프로젝트’의 리더 에릭 울프슨의 손을 거쳐 뮤지컬 ‘댄싱 섀도우’(Dancing Shadows)로 재탄생하는 것. 외국 뮤지컬의 소비시장에 머물렀던 한국이 세계 무대를 겨냥해 야심차게 제작하는 다국적 창작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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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댄싱 섀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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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댄싱 섀도우’
7년에 걸친 장기 기획, 영국 런던 워크숍 등 철저한 사전 준비로 화제를 모은 ‘댄싱 섀도우’가 지난 3일 오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쇼케이스 형식으로 처음 선보였다.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 연출가 폴 개링턴 등 해외 제작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행사에는 공연계 인사 3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40여분간의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댄싱 섀도우’는 원작의 기본 설정과 주제의식은 살리되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우화적인 설정으로 바뀌었다.6·25전쟁을 겪는 한국의 산골 마을은 내전으로 황폐해진 땅 콘스탄차로, 이념적 대립으로 싸우는 국군과 북한군은 태양을 섬기는 ‘태양군’과 달을 숭배하는 ‘달군’으로 탈바꿈했다.‘댄싱 위드 마이 섀도우’등 서정적이고 친근한 에릭 울프슨의 음악도 인상적이었다.
아리엘 도르프만은 “한국과 내 조국 라틴아메리카는 전쟁과 독재의 체험을 공유하고 있다. 때문에 ‘산불’의 각색 작업은 내게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고, 꿈인 동시에 악몽이었다.”면서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전에 차 선생님이 ‘당신을 믿는다. 내 아이(작품)를 잘 키워 달라.’고 하셨는데 이 자리에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선보인 공연은 ‘댄싱 섀도우’의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 작업이 이뤄질 예정. 김성녀, 서희승, 배해선, 김보경 등 미리 오디션에서 선발된 배우들도 지속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밟게 된다. 예술의전당과 신시뮤지컬컴퍼니가 공동제작하는 ‘댄싱 섀도우’는 1년 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6-07-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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