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잡고 흥행 쭈~욱 뮤지컬도 싸~게 본다

관객 잡고 흥행 쭈~욱 뮤지컬도 싸~게 본다

이순녀 기자
입력 2006-01-10 00:00
수정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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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장기공연 중인 뮤지컬 ‘헤드윅’ 제작사 쇼노트는 지난해 11월 앙코르 공연을 시작하면서 색다른 이벤트를 도입했다. 일명 ‘10 for 1 free’행사. 커피 전문점의 서비스 쿠폰처럼 열번 보면 열한번째는 공짜로 관람할 수 있는 쿠폰을 만들었다. 초연 당시 서너번씩 되풀이해 보는 마니아 관객층이 많았던 데서 얻은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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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드윅’의 이벤트 쿠폰
뮤지컬 ‘헤드윅’의 이벤트 쿠폰
처음엔 다들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도 과연 열번씩 볼 관객이 있겠느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두 달간 이 쿠폰의 혜택을 누린 관객은 무려 134명. 제작사조차 기대 못한 대박이다. 쇼노트의 송한샘 이사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뮤지컬이 공연계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면서 팬서비스와 마케팅을 겸한 할인 이벤트도 다양해지고 있다. 뮤지컬 티켓가격은 R석 기준으로 대극장이 10만∼15만원, 중극장 7만원, 소극장 3만∼5만원 선. 한 달에 1편 이상 관람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가장 일반적인 할인 혜택은 단체 할인과 조기 예매, 프리뷰 할인. 보통 30%까지 싸게 볼 수 있다. 주말에 비해 관객이 적은 주중 낮 공연도 싼값에 표를 살 수 있다. 신용카드사와 연계한 할인도 보편적이다.

장기 공연에서는 ‘헤드윅’과 같은 팬서비스 성격의 할인이 인기다.‘아이러브유’는 지난해 두번째 보는 관객에게는 10%, 세번째 보는 관객에게는 20%를 할인해 주는 행사를 열어 호평을 얻었다.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아이다’는 지난 3일부터 한번 본 티켓을 가져가면 20%를 깎아주는 ‘보고 또 보고’ 이벤트를 열고 있다. 또 관람 당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극장에서 현장 예매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20% 할인된 가격의 ‘러시 티켓’을 판다.‘아이다’ 제작사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정소애 실장은 “커플 할인, 수험생 할인 등 특색있는 아이디어를 위해 제작사마다 골머리를 앓는다.”고 말했다.

할인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부작용도 늘고 있다. 각종 할인 혜택 덕에 제값 내고 영화 보는 관객이 거의 없는 영화계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관객들도 정가 티켓을 사지 않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 일부 뮤지컬 동호회는 일반 관객보다 훨씬 싼 가격의 티켓을 노골적으로 제작사에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여기엔 무분별하게 할인 이벤트를 펼치는 몇몇 제작사들의 책임이 크다. 최근 모 공연은 아예 정가를 높이 책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반값에 티켓을 팔아 물의를 빚었다. 송한샘 이사는 “단 몇석이라도 팔아서 수익을 보전하려는 제작사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같은 할인 이벤트의 남발은 장기적으로 공연 제작사와 관객 모두에게 악영항을 미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6-01-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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