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여인의 얼굴과 몸은 간데 없고, 그녀가 신은 구두 바닥만이 확실한 실체로 다가온다.
초현실 사진의 거장, 랠프 깁슨의 작품 ‘구두’. 에로틱한 사진이건만 성적 욕망은 절제돼 있다. 이성과 지성을 상징하는 얼굴과 몸을 잘라내고, 욕망마저도 어둠속으로 가둬 놓았다. 그는 여체의 아름다움도 기하학적 추상의 미학으로 승화시킨다. 언뜻 누드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듯 하지만 실상 인체가 만들어내는 여백과 공간미를 그는 노렸다.
그의 카메라 앵글은 파격적이다. 찍고자 하는 대상을 과감하게 절단하거나 예기치 않은 각도에서 다가선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 실체와는 다른 초현실적 이미지를 뿜어낸다.
국내 첫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인체에는 초현실주의, 휴머니즘, 극소주의 등이 모두 투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더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그는 줄곧 흑백사진 작업을 해오다 2000년대 들어서 컬러 사진 작업도 한다. 디지털 사진에 대해 “디지털 사진은 정보를 전달하는데는 우수하지만 필름사진처럼 정보를 창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12월 4일까지 선화랑(02)734-0458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2005-11-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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