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문제가 5년여 만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디어렙은 지난 2000년 문화관광부가 법안까지 마련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시행에 들어가지 못했던 제도. 제 몫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신문·출판 등 기존 매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고 ‘몸값’을 높일 수 있는 방송사들마저 이해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미뤄둘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급작스러운 변화 때문이다. 문화부·공정위는 물론 방송위도 어떤 형식으로든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방송광고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마저 올 하반기 대논쟁을 각오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 때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된 데다 한나라당은 입법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렙 도입론의 핵심은 방송의 디지털화에 따라 매체 수는 늘어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본력이 방송사에는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는 코바코의 독점으로 방송광고비가 시장가격에 비해 낮게 책정되어 왔기 때문이며 따라서 광고시장을 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러나 ‘독점을 깨는 것이 과연 선인가.’를 두고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코바코로 인해 소수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광고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벤처기업은 할인혜택을 보고 있다. 또 방송사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방송광고시장 자체가 경쟁체제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디지털화에 따른 자금이 필요하다면 먼저 KBS 광고를 완전히 폐지하고 수신료를 인상,KBS의 광고물량이 다른 방송사로 가도록 조정한 뒤에 미디어렙 도입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는 KBS 관련 방송법 개정안처럼 미디어렙 도입 논의 자체가 정치권의 ‘방송흔들기’와 같은 맥락에 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2000년에는 미디어렙 도입을 반대했다.
때문에 미디어렙 논의가 2000년과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케이블TV, 위성방송, 지상파DMB 광고시장 등도 함께 논의돼야 하는 데다 지방방송사나 중소 규모 광고회사 등의 생존문제도 걸려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5-04-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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