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소유’할 것이냐,‘공유’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뮤지션들의 숙명. 자기만족적 음악은 소수의 지지를 얻을 수는 있지만 대중을 행복하게 하지는 못한다.
이미지 확대
그룹W
그룹W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그룹W
그룹W
90년대 여름음악의 대명사로 통했던 그룹 코나의 리더 배영준(36·기타)과 한재원(31·키보드), 김상훈(30·보컬, 베이스)이 모여 만든 그룹 W.1집 앨범 ‘안내섬광’으로 마니아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던 이들이 4년 만에 타인의 취향을 적극 고려한 2집 앨범(14일 발매)을 들고 돌아왔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웨어 더 스토리 엔즈(Where the Story ends)’라는 긴 이름도 짧게 줄였다.
“우리들끼리는 좋았는데 음악은 누구나 함께 즐겨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한 거죠.” 코나 시절 부르던 예쁜 멜로디, 착한 사랑이야기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리로 강렬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심취했던 이들은 ‘발라드의 더께’를 걷어냈고 또 대중과 상관없이 원없이 즐거웠다. 그런 시간들은 한결 홀가분한 음악으로 돌아올 여유를 갖게 했다. 물론 나이도 더 먹고, 짱짱한 레이블 ‘플럭서스’에 둥지를 튼 것도 변화에 한 몫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대한 지향을 포기한 건 아니다. 이를 바탕에 깔고 뉴웨이브(Shocking Pink Rose, 은하철도의 밤), 포크(Bubble Star, 경계인), 보사노바(LEMON), 디스코(Let’s Groove)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세련미 넘치는 비트는 고급스럽고 멜로디는 경쾌하고 감미롭다. 듣다 보면 아무리 뻣뻣한 사람도 가만히 있을 재간이 없다.
흡착력 강한 음악은 ‘절제의 미학’을 통해 태어났다.“꽉 찬 사운드를 추구하던” 이들은 “하나를 버려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예전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소리를 담을까.’가 관건이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빼야 할까.’를 고민했어요.” 학창시절 “로커로 활동했을 정도로” 내지르기에 소질 있는 보컬 김상훈도 자신을 꾹꾹 눌러가며 나긋나긋하게 노래했고 그 덕에 감각적인 맛은 잘 살아났다.
자신만의 아이덴터티를 가지고자 하는 몸부림 끝에 나온 가사는 꽤 시적이고 예민한 감수성이 뚝뚝 묻어난다. 독서광이자 만화광인 배영준의 상상력이 그대로 녹아 있다.
멜로디와 가사 모두 “달콤하게 졸인 시럽처럼” 느껴지는 타이틀곡 ‘Shocking Pink Rose’는 일본 만화 ‘나나’에서 영감을 받은 것. 첫 곡 ‘소년세계’도 일본 소설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에는 만화를 좋아하고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는 그의 모습이 들어 있다.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투표 결과 2대 1로’ 마지막 트랙에 실린 ‘경계인’이다. 일단 ‘전자음악의 귀재’들이 빚어낸 기품있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귀를 솔깃하게 한다. 이 곡은 배영준이 재독 학자 송두율 교수를 생각하고 쓴 것.“‘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거든 신문·잡지를 보지말고 스팅의 신보를 들어라.’라는 말처럼 음악에 동시대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된다고 생각해요. 교양은 우아하게 앉아서 차 마시는 게 아니라 세상을 읽을 줄 아는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낯선 이름,W를 먼저 만나고 싶다면 11일 홍대 앞으로 발길을 돌려라. 클럽 엘리스(02-3141-6876)에서 이들의 날 선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05-03-11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