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전통무예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인 태껸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예정됐던 대한택견협회의 대한체육회 가맹이 갑자기 보류된 가운데 이와 관련, 태껸의 ‘원형시비’와 ‘체육종목화’ 문제가 불거져나오면서 태껸인들이 극심한 갈등과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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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껸단체의 체육회 가맹 보류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태껸단체인 대한택견협회는 지난달 대한체육회 가맹이 예정돼 있었다. 태껸의 문화재적 보존·전승뿐만 아니라 국민체육화를 위해선 대한체육회 가맹을 통한 정식종목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현재 유일한 태껸 예능보유자인 정경화(52)씨와 예능 이수·전수자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대한체육회는 예정됐던 가맹을 6개월 보류시켰다. 태껸계가 의견을 모아 전체를 대표하고 아우를 수 있는 단체로서 다시 가맹절차를 밟도록 한 것이다.
태껸계는 지난 2001년 대한체육회 가맹 추진이 시작되던 때부터 극심한 갈등과 분열양상을 보여왔다. 예능 보유자 정씨의 단식과 예능 보유·이수자들의 시위가 이어졌으며, 정씨는 한 태껸단체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는 등 송사로까지 비화된 상태다. 대한택견협회측은 “보유자측이 터무니없는 원형시비를 벌여 태껸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차제에 제대로 원형논쟁을 거쳐 인간문화재로서의 지위에서 끌어내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태껸의 원형 논쟁
원형보존회측을 대변하는 ‘택견을 수호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최현기(41)씨는 “대한택견협회에선 태껸 본래의 동작과 기술을 엄청나게 변형시켜 가르치고 있다.”며 “만약 협회가 대한체육회에 가맹하면 원형이 크게 훼손된 태껸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전국체전 등에서 경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대한택견협회내엔 태껸 예능보유자는 물론 이수자·전수자가 단 한 명도 없다.”며 “그들이 어떻게 한국 태껸을 대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대한택견협회 이영복 상임부회장은 “원형보존회측이 주장하는 동작과 기술은 초대 무형문화재인 송덕기(작고) 선생의 태껸을 잘못 변형시킨 것이며, 이를 대한택견협회측이 바로잡은 것”이라고 정씨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송덕기씨가 전수한 것은 기본 기술 30여가지인데, 이를 그의 제자인 신한승(작고)씨가 자의적으로 변형해 100여가지 기술과 자세 등으로 체계화한 것을 정씨가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또 “원형보존회측의 동작과 기술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형식적이라서 실제 체육종목으로 채택하더라도 격투기로서 경기화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의견 모아 갈등 봉합해야
문화재청과 대한체육회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언급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며 “합리적인 토론과 화해를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회에서도 하루빨리 내부 갈등과 상처를 봉합하고 대표성 있는 단체가 대한체육회에 가맹함으로써 태껸이 널리 보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5-03-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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