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 리메이크하면 놀이터?

‘십장생’ 리메이크하면 놀이터?

입력 2005-01-24 00:00
수정 2005-01-2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리메이크란 문자 그대로 이미 있는 작품을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더이상 영화나 음악 혹은 드마라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술에도 리메이크가 있다.(주)코리아나 화장품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 스페이스C(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열리고 있는 ‘리메이크 코리아’전은 리메이크 미술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색다른 전시다.

써니 킴 ‘놀이터’. 캔버스에 아크릴.250×…
써니 킴 ‘놀이터’. 캔버스에 아크릴.250×… 써니 킴 ‘놀이터’. 캔버스에 아크릴.250×180㎝.2005.


참여작가는 김종구, 써니 킴, 이순종, 김지혜, 김태은, 류재하, 임영길, 장희정, 정주영 등 9명. 이들은 산수화, 화조화, 인물 풍속화, 고구려 고분벽화 등 한국의 전통미술 작품들을 텍스트로 삼아 새로운 맥락의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들은 전통 소재를 단순히 반복하는 무비판적인 소재주의에 머물지 않는다. 이른바 동양정신이나 한국적 정체성 같은 애매모호한 관념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원작에 동시대적인 의미를 부여, 오리지널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리메이크 예술의 매력이 아닐까.

김종구는 붓과 먹 대신 현대문명의 상징인 쇠를 갈아 거대한 광목천 위에 글씨를 쓴 ‘쇳가루 산수화’를 내놓았다. 바닥에 씌어진 쇳가루 글씨는 카메라 렌즈에 포착돼 높고 낮은 산세를 연출하도록 꾸몄다. 일종의 ‘디지털 산수화’요 ‘메타 산수화’인 셈이다. 이순종은 조선후기 풍속화가 신윤복의 미인도를 회화와 영상작품으로 리메이크했다.“여성이 지닌 성(聖)과 속(俗), 영(靈)과 육(肉)의 이중적 속성을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발견했다.”는 작가는 “남성의 시각으로 그려진 전통 미인도의 성적 정체성을 여성의 시선으로 재맥락화했다.”고 말한다. 재미교포 작가 써니 킴은 십장생이 수놓아진 한국 자수화를 배경으로 교복 차림의 여학생을 그린 회화작품 ‘놀이터’를 출품했다. 십장생의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교복으로 상징되는 억눌린 여성성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번 전시는 옛 그림들이 지닌 상투적 속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승화시켜 보여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3월 26일까지.(02)547-917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5-01-24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