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스태프들은 순발력이 있어요. 영화현장에 뭐가 없다고 하면 금세 뚝딱 만들죠. 반면 일본 스태프들은 계획에 있는 것 아니면 ‘무리다. 죽어도 못한다.’고 말합니다.”
영화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촬영했던 ‘역도산’의 배우 설경구의 말이다. 역시 ‘하면 된다.’의 정신으로 무장한 대한민국 스태프들은 대단하다고? 아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이 짧은 말 속엔 비합리성이 판을 치는 한국영화계의 현주소가 숨어 있다.
보통 일본이나 할리우드의 경우에는 정확한 계산 하에 영화촬영이 진행된다. 의상, 소품, 장소, 촬영기간 등을 사전에 꼼꼼히 살펴 예산을 책정하고 투자를 받기 때문에, 현장에서 계획을 어기거나 제작비와 제작기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마디로 산업적인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의 영화계는 여전히 ‘무데뽀’정신이 통한다. 현장에서 스태프는 감독이 죽끓는 변덕으로 무리한 것을 요구해도 ‘끽’소리 못하고 해내야 한다. 배우들이야 스태프들의 순발력에 감탄만 하고 있으면 되겠지만, 당하는 당사자는 ‘죽을 맛’이다. 한 연출부 스태프는 “계획대로 엑스트라를 준비했더니 감독이 갑자기 더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동네사람들까지 동원하느라 힘을 뺐다.”면서 현장에선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스태프들만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다. 계획대로 진행하지 않고 질질 끌면서 엉뚱한 곳에 제작비를 물쓰듯 써도 제재할 시스템조차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영화 전체의 손실로 돌아온다. 한국영화가 유독 촬영기간이 길고 제작비의 초과가 많은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얼마전 70% 이상의 촬영이 진행된 영화 ‘청연’이 3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 초과로 투자사가 제작사를 퇴출시키고 제작까지 맡는 ‘사건’이 벌어졌다.“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처음부터 60억원이라는 무리한 제작비 예산을 세웠다.”는 게 전 제작사 관계자의 변명이지만,‘일단 돈을 모아 찍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설마 투자사에서 돈을 그만큼 댔는데 엎어뜨리기야 하겠어.’라는 관행이 문제라고 많은 영화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무리한 요구로 스태프들을 혹사시키고,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제작기간과 제작비로 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게 바로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는 한국영화 현장의 현주소다. 이 안엔 스태프들의 전문성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긴 하지만, 예측 가능하면서도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영화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촬영했던 ‘역도산’의 배우 설경구의 말이다. 역시 ‘하면 된다.’의 정신으로 무장한 대한민국 스태프들은 대단하다고? 아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이 짧은 말 속엔 비합리성이 판을 치는 한국영화계의 현주소가 숨어 있다.
보통 일본이나 할리우드의 경우에는 정확한 계산 하에 영화촬영이 진행된다. 의상, 소품, 장소, 촬영기간 등을 사전에 꼼꼼히 살펴 예산을 책정하고 투자를 받기 때문에, 현장에서 계획을 어기거나 제작비와 제작기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마디로 산업적인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의 영화계는 여전히 ‘무데뽀’정신이 통한다. 현장에서 스태프는 감독이 죽끓는 변덕으로 무리한 것을 요구해도 ‘끽’소리 못하고 해내야 한다. 배우들이야 스태프들의 순발력에 감탄만 하고 있으면 되겠지만, 당하는 당사자는 ‘죽을 맛’이다. 한 연출부 스태프는 “계획대로 엑스트라를 준비했더니 감독이 갑자기 더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동네사람들까지 동원하느라 힘을 뺐다.”면서 현장에선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스태프들만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다. 계획대로 진행하지 않고 질질 끌면서 엉뚱한 곳에 제작비를 물쓰듯 써도 제재할 시스템조차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영화 전체의 손실로 돌아온다. 한국영화가 유독 촬영기간이 길고 제작비의 초과가 많은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얼마전 70% 이상의 촬영이 진행된 영화 ‘청연’이 3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 초과로 투자사가 제작사를 퇴출시키고 제작까지 맡는 ‘사건’이 벌어졌다.“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처음부터 60억원이라는 무리한 제작비 예산을 세웠다.”는 게 전 제작사 관계자의 변명이지만,‘일단 돈을 모아 찍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설마 투자사에서 돈을 그만큼 댔는데 엎어뜨리기야 하겠어.’라는 관행이 문제라고 많은 영화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무리한 요구로 스태프들을 혹사시키고,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제작기간과 제작비로 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게 바로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는 한국영화 현장의 현주소다. 이 안엔 스태프들의 전문성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긴 하지만, 예측 가능하면서도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2004-12-24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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