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입만 열면 디지털을 주장하지만 일본에서는 사운드 작업 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쓰고 있다고 한다.익숙하고 노하우가 쌓인 방식일 뿐 아니라 아직은 디지털이 아주 섬세한 부분까지는 감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좋다는 무엇이 있다면 모조리,한꺼번에 그리고 순식간에 바꿔버린다.1980년대에 들어서서 많은 가정이 아파트로 옮기고 자가용을 샀다.그동안 쓰던 물건들도 죄다 버렸다.그래서 90년대에 들어서자 옛날 가구들이 새로운 인테리어 상품으로 떠올랐고,생활형편이 넉넉한 집이라면 그것을 사기 시작했다.각 가정에서도 마그네틱 테이프들은 모두 폐기처분하고 CD,DVD로 바꿨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영상자료원(KOFA,코파)은 이름처럼 고풍스럽지만은 않다.필름 수장고 앞에는 정리를 기다리는 녹슨 필름통들이 가득하지만,한편에서는 디지털 방식 활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하지만 없어진 필름을 찾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일본에 있다는 ‘아리랑’ 필름도 없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북한에 있다는 60년대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특히 해방 전의 영화들은 일제시대와 전쟁을 거치면서 다 사라지다시피 했고,1960년대 이전 영화들 역시 30% 안팎만 남아 있다.콘텐츠(영화)가 없는데,무엇을 디지털로 변환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신적 유산을 강조하지만 실제 우리는 죄다 버렸고,지금도 버리고 있다.
영화가 시장에서 기능을 다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문화유산이 된다.그것은 철 지난 상품이 아니라 이제 새로운 문화유산이 되는 것이다.한국에서 유일하게 그 문화유산을 수집·보존·관리·활용하는 한국영상자료원은 문화관광부의 산하 기관으로 10년 전에야 국고 3억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국립인 박물관이나 도서관 같은 대우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국립에 준하는 대우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래야 고풍스러운 것을 현대화할 수 있다.하지만 코파에 대한 유관 부처의 인식이 낮다고 불평하고 싶지는 않다.이런 사정에는 코파 측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그래서 일단 오래된 한국 영화를 ‘시장의 눈’이 아닌 ‘문화의 눈’으로 보는 작업부터 하고자 한다.
올해 코파에서는 70년대 이전의 영화들을 장르로 묶어서 상영하고 있다.내년에는 오래된 제작 연도별로 한 편 한 편 릴레이로 상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또 DVD로 만든 옛날 한국영화를 자료 열람실 내부에서는 누구나 볼 수 있게 됐다.하지만 오래된 것을 잘 버렸던 한국인답게 우리들은 시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화제가 된 영화 상품 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은 없다.문화는 특히 그렇다.옛날 영화를 보는 문화가 생기는 만큼 영상자료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그 미래를 보며 가야 한다.현실이 비관적이라도 의지로 낙관하면서….
한국영상자료원장
현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영상자료원(KOFA,코파)은 이름처럼 고풍스럽지만은 않다.필름 수장고 앞에는 정리를 기다리는 녹슨 필름통들이 가득하지만,한편에서는 디지털 방식 활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하지만 없어진 필름을 찾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일본에 있다는 ‘아리랑’ 필름도 없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북한에 있다는 60년대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특히 해방 전의 영화들은 일제시대와 전쟁을 거치면서 다 사라지다시피 했고,1960년대 이전 영화들 역시 30% 안팎만 남아 있다.콘텐츠(영화)가 없는데,무엇을 디지털로 변환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신적 유산을 강조하지만 실제 우리는 죄다 버렸고,지금도 버리고 있다.
영화가 시장에서 기능을 다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문화유산이 된다.그것은 철 지난 상품이 아니라 이제 새로운 문화유산이 되는 것이다.한국에서 유일하게 그 문화유산을 수집·보존·관리·활용하는 한국영상자료원은 문화관광부의 산하 기관으로 10년 전에야 국고 3억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국립인 박물관이나 도서관 같은 대우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국립에 준하는 대우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래야 고풍스러운 것을 현대화할 수 있다.하지만 코파에 대한 유관 부처의 인식이 낮다고 불평하고 싶지는 않다.이런 사정에는 코파 측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그래서 일단 오래된 한국 영화를 ‘시장의 눈’이 아닌 ‘문화의 눈’으로 보는 작업부터 하고자 한다.
올해 코파에서는 70년대 이전의 영화들을 장르로 묶어서 상영하고 있다.내년에는 오래된 제작 연도별로 한 편 한 편 릴레이로 상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또 DVD로 만든 옛날 한국영화를 자료 열람실 내부에서는 누구나 볼 수 있게 됐다.하지만 오래된 것을 잘 버렸던 한국인답게 우리들은 시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화제가 된 영화 상품 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은 없다.문화는 특히 그렇다.옛날 영화를 보는 문화가 생기는 만큼 영상자료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그 미래를 보며 가야 한다.현실이 비관적이라도 의지로 낙관하면서….
한국영상자료원장
2004-09-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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