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골초가 쓴 ‘흡연여성 잔혹사’

왕년의 골초가 쓴 ‘흡연여성 잔혹사’

입력 2004-07-12 00:00
수정 200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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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히거니와,그래도 담배는 안 피우는 게 낫다.담배의 해악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경고다.이를 전제로 말하자면,새 책 ‘흡연여성 잔혹사’(서명숙 지음·웅진닷컴 펴냄)는 ‘무엇이든 남녀가 달라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봉건의식을 재는 잣대로 담배를 꺼내든,이를테면 ‘여자와 담배에 대한 담론’의 들숨이다.

시사저널 편집장을 역임한 왕년의 골초 서명숙씨는 책에서 봉건적 잣대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낸다.“대학 시절,시국사범으로 끌려가 취조를 받다 담뱃갑이 나오자 ‘담배나 피우는 갈보 같은 년들’이라던 경찰이 남학생들에게는 협박 반,회유 반으로 담배를 권하는 모습을 보면서 담배가 남자와 여자에게 얼마나 다르게 작용하는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확실히 흡연여성에게 한국은 그리 만만한 공간이 아니다.그는 실인 즉 주변에 흡연여성이 널렸으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수수께끼를 푸는 키워드로 ‘아빠가 알면 죽음,남친이 알면 절교’라는 인식일반을 날카롭게 들춘다.거리에서는 익명성에 기대어 주저없이 피워대면서도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에게는 흡연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다.그들은 공개흡연과 몰래흡연의 경계를 하루에도 몇번씩 넘나든다.이런 여성흡연자들의 의식 속에는 19세기와 20세기,21세기가 뒤엉켜 있다.저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묻는다.“그녀들에게 담배는 자유인가,족쇄인가.”

27년간 줄창 담배를 피워오다 달리기를 안 뒤 ‘파란만장 흡연사’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그녀는 솔직한 어법으로 여성흡연의 심리와 사회사적 의미를 되새김한다.여성의 공개흡연을 ‘더 이상 남성들의 뜻대로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보는 남성들의 해석을 두고 ‘현대판 마녀사냥의 미끼’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재클린과 명성황후,김일성과 노무현 등 전후좌우로 한껏 보폭을 넓혀 흡연 에피소드를 감칠맛 나게 엮었다.그 중 노무현 대통령편의 일부.“2002년 5월 노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뒤,민주당 중진과 고참 당료들은 노 캠프의 독특한 문화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막 가는’ 흡연문화도 그 중의 하나였다.선거본부 전략회의에서 이광재,안희정 등 ‘머리에 피도 안마른’ 386세대 참모가 그 앞에서 거침없이 담배를 피워댔다.(중략)노 후보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상황이 꼬이면 가끔씩 얻어 피우곤 했다.” 흡연 여부에 관계없이 재밌는 이 책의 독자에게 건네는 경고 하나.‘담배는 결코 끊을 수 없다.다만 피우지 않을 뿐이다.’ 9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2004-07-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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