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 커닝엄과 볼쇼이발레단.현대무용과 고전발레를 대표하는 세계 최정상의 두 무용단이 잇따라 서울에 온다.머스 커닝엄은 15∼17일,볼쇼이발레단은 21∼24일 각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다.지난 반세기 가장 혁신적인 무용가로 꼽히는 머스 커닝엄은 지난 84년 이후 20년 만의 내한 공연이고,정통 고전발레의 대명사로 통하는 러시아 볼쇼이발레단도 99년 서울신문(당시 대한매일)초청 공연 이후 모처럼의 한국 나들이다.무용팬들로서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게 된 셈.두 무용단의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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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 현역 무용가와 모던 록그룹의 만남
현대무용을 얘기할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머스 커닝엄(작은 사진)이다.인간의 내면세계나 심리적 묘사에 치중하던 전통적 관습을 거부하고,움직임 그 자체에 몰두하는 그의 무용 철학은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포스트모던무용의 기초가 됐다.즉 훈련 받지 않은 일반인도 무용수가 될 수 있고,어떠한 움직임이든 무용에 사용될 수 있으며,우연에 의한 순간적인 동작과 즉흥성을 중시하는 그만의 독특한 안무 기법은 20세기 무용계 전반에 핵폭풍 같은 변화를 불러왔다.존 케이지와 마찬가지로 동양의 선 사상과 주역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점,음악 미술 사진 영상 등 타 매체와의 긴밀한 교류를 모색한 점 등도 머스 커닝엄의 무용세계를 특징짓는 독창적인 요인들이다.
20년전 예술적 동지이자 연인인 전위 음악가 존 케이지와 함께 서울에 왔던 그는 이번 공연에선 모던 록그룹 라디오헤드와 시거 로스의 음악을 동반한다.팔순을 훌쩍 넘긴 고령에도 여전히 무대에 서는 고집스러운 면모만큼이나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가로서의 열정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공연작은 지난해 10월 뉴욕 BAM(브루클린아카데미오브뮤직)극장에서 초연된 머스 커닝엄 무용단 50주년 기념작 ‘Split sides’와 92년 사망한 존 케이지에게 바치는 ‘Ground level overlay’,그리고 시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Pond way’ 등 3편.
이중 ‘Split sides’는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에 따라 공연 내용이 다르게 진행된다.그가 추구하는 ‘우연성의 미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여기에 몽환적이고 실험적인 음악 스타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젊은 록그룹 라디오헤드와 시거 로스가 음악 작업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시거 로스는 이번 내한무대에서 직접 연주를 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02)53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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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버전의 ‘백조의 호수’
200년 역사의 볼쇼이발레단이 마린스키(옛 키로프)발레단을 누르고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1964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직후부터였다.당시 37세에 불과했던 그는 탁월한 예술적 감각과 기량으로 단숨에 볼쇼이를 정상에 올려놓았다.‘잠자는 숲속의 미녀’‘호두까기 인형’‘스파르타쿠스’‘로미오와 줄리엣’ 등 그가 현대적으로 재안무한 작품들은 볼쇼이발레의 간판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에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역시 그가 1969년에 재안무한 것.기존 작품에서 단순하게 그려졌던 악마의 캐릭터를 달리 해석해 왕자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천재적인 악마로 설정함으로써 보다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지난 2001년과 2003년 국립발레단에 의해 국내에도 이미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전 공연과 다른 점은 결말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것.원래 ‘백조의 호수’의 결말은 왕자가 악마를 물리치는 해피엔딩과 두 남녀가 죽음을 맞는 비극,두가지 버전이 있으나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해피엔딩 버전을 무대에 올렸었다.
오데트 공주와 악마 흑조 오딜 역은 95년에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갈리나 스테파넨코가 맡았다.지그프리드 왕자는 볼쇼이 주역 무용수 블라디미르 네포르지니가 열연한다.
12년째 이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무용수 배주윤도 나폴리 예비신부역으로 고국 팬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02)751-9685.
이순녀기자 coral@˝
2004-04-06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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