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숙 두번째 소설집 ‘날마다 축제’

강영숙 두번째 소설집 ‘날마다 축제’

입력 2004-04-02 00:00
수정 200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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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중단편 3∼4편을 쓰는게 문학적 긴장을 유지하면서 감성을 키우는데 큰 보탬이 된다.”는 작가 윤대녕의 말에 기대면 강영숙은 틀림없이 행복한 작가이다.98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그녀가 2002년부터 2년 동안 써온 9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두번째 소설집 ‘날마다 축제’(창비사 펴냄)를 출간했다.

작품 속 세계는 제목과 달리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다.그 속의 현실은 일그러지고 어둡고 우울하다.그 풍경을 맛보려 첫 작품 ‘시티투어버스’에 올라본다.불황이 지속되고 공항마저 폐쇄된 도시.그 절망적 공간의 중심을 순환하는 버스의 승객들은 결혼한 뒤 날이 갈수록 상처만 늘어가는 부부,검은 터틀넥 원피스로 남편에게 얻어맞은 멍을 가린 채 병적으로 음식을 마구 먹어치우며 스스로를 달래는 여인 등이다.기괴한 풍경은 표제작도 마찬가지다.날마다 축제가 벌어지지만 주인공과는 상관이 없다.남자에게 아이를 빼앗긴 상처가 남긴 쓰라린 현실과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환각만이 교차할 뿐이다.그 어두운 그림자는 결벽증에 걸린 여자친구나 암에 걸린 어머니가 등장하는 ‘별빛은,별빛은’,부채더미에 앉은 젊은이들이 도피성 여행을 떠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태국풍의 상아색 쌘들’ 등에서도 어른거린다.

이들에게 ‘구원의 동아줄’은 없는가? 작가는 ‘환상의 힘’으로 현실을 버틸 수 있노라고 대답한다.그것은 작품 속에서 환영·환각 등의 모습으로 변주된다.구체적으로 도심버스에서 평원을 달리는 들소떼의 꿈을 꾸거나 다른 아이를 자기 아이로 착각하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환영 속에 젖는다.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상이고 헛것이다.절망적 일상을 벗어날 당장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그래서 그 환상에 대한 열망은 더 간절해진다.그럴 때마다 ‘시티투어버스’를 타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게 강영숙의 작품집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2004-04-0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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