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특파원 블로그] 고개 숙인 아베

[World 특파원 블로그] 고개 숙인 아베

이석우 기자
입력 2017-06-20 18:04
수정 2017-06-2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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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 몸살… 지지율 36%로 급락

도쿄도의회 선거 앞두고 대국민 사과

20일 아침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는 아베 신조 총리의 대국민 사과였다. 전날 정기 국회 폐회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최근 쟁점이 되어 온 사학 비리에 대한 정부 대응과 자신의 태도에 깊이 반성한다는 사과를 향후 정국 전개 전망과 함께 다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전날 회견에서 자신이 의혹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사학재단 가케학원 수의과대학 신설 허가 등과 관련한 재조사 등 정부 대응에 “시간이 오래 걸려 불신을 초래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권의) 강한 언쟁에 반응한 나의 자세가 정책논쟁 이외의 이야기를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가 관련 의혹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 대응과 자신의 태도를 사과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집권 5년차로 정치적 독주 속에 2020년까지 초장기 집권을 바라보던 아베는 50~60%의 높은 내각 지지율 속에 2015년 7월 안보관련법 강행 처리, 지난주 공모죄 강행 처리 등 국회 내 수적 우세와 지지율에 기대어 시민사회 등 반대 여론을 무시한 독주를 거듭해 왔었다.

‘아베 1강 체제’란 수식어가 일상화될 정도로 아베 총리는 계파 우위에 기반한 집권당 내부 평정과 전후 일본 역사상 이례적인 관료 사회 장악까지 이뤄내면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해 왔다. 그러던 그가 올봄 오사카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불하로 흔들리더니, 가케학원 특혜 시비까지 겹치면서 지지율 급락을 겪고 있다. 오사카지검 특수부는 보조금 부정수급 문제와 관련, 전날 밤 이 학원 사무소와 가고이케 야스노리 전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7, 1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케학원 문제가 본격 제기된 뒤 한 달 새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6%에서 크게는 12% 이상 뚝 떨어졌다. 5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던 지지율은 36%(마이니치신문 조사)부터 높게는 49%(닛케이·TV도쿄조사)까지 내려앉았다.

아베의 사과는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도쿄도 의회선거를 앞둔 조바심이 직접적인 이유다. 집권 자민당을 탈당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 지사가 이끄는 ‘도민 퍼스트회’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도민퍼스트회는 자민당과 같은 지지율(27%)을 얻어냈다.

집권당 내 약해진 내부 비판 및 여론 수렴 기능, 무기력한 야당의 견제 기능 저하 등은 아베 내각의 월권과 독선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들도 오만해진 아베 정권의 독주에 피곤함을 드러내고 있다. 아베 내각은 이제 도쿄도 선거라는 시험대와 갈림길에 서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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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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