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예요” 9살 집념에 화력 보탠 동포들, 욱일기 퇴출한 美박물관

“전범기예요” 9살 집념에 화력 보탠 동포들, 욱일기 퇴출한 美박물관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2-11-09 10:35
수정 2022-11-0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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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이 발행하는 매거진 사이트 동영상에 첨부된 욱일기. 2022.11.9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이 발행하는 매거진 사이트 동영상에 첨부된 욱일기. 2022.11.9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지난달 22일, 미국 한인 커뮤니티에 전범기 삭제 운동에 동참해달라는 한 교민의 호소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9살 아들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교민 A씨는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이 발행하는 매거진 사이트에 욱일기 영상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A씨는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3학년 아들이 얼마 전 스미소니언 매거진 사이트에서 전범기가 삽입된 동영상을 발견했다. 고양이 관련 동영상이었는데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전범기를 썼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양이가 애완동물로서 인간에게 얼마나 길들었는지 설명하는 1분가량의 동영상에는 50초 부분부터 배경 화면으로 전범기가 등장했다.

이를 본 A씨 아들은 곧장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항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박물관 측 답장은 다소 성의가 없었다.

A씨는 “아들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매우 실망했고, 전범기가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인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박물관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이틀 뒤 박물관에선 짧고 사무적인 답장이 왔다”고 전했다.
A씨는 교민 사회와 함께 이뤄낸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전범기 퇴치 성공 소식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공유했다. 2022.11.9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A씨는 교민 사회와 함께 이뤄낸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전범기 퇴치 성공 소식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공유했다. 2022.11.9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A씨 아들에게 “실망을 안겨 미안하다. 시간을 내어 우리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줘 고맙다. 해당 의견은 스미소니언 박물관 디지털 스튜디오 선임 제작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선임 담당자의 진심 어린 답장과 영상 편집 등 대처가 있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아들이 이메일을 보내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회신이 없다”고 했다.

이어 “아들은 박물관에서 이메일이 오진 않았나, 혹시 동영상이 편집되진 않았나 매일 확인하는데 이렇게 아무런 답변도, 조치도 없는 게 괘씸하고 화가 난다”며 교민 사회에 화력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해당 커뮤니티 회원 등 교민 사회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번갈아 항의 이메일을 보내며 전범기 퇴출 운동에 동참했다.

그리고 보름 후,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답장이 날아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은 문제의 동영상에서 전범기가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교민 사회에 알렸다. 사진은 박물관 측 수정으로 욱일기가 자료화면으로 대체된 모습. 2022.11.9  스미소니언박물관 매거진 사이트
8일(현지시간)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은 문제의 동영상에서 전범기가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교민 사회에 알렸다. 사진은 박물관 측 수정으로 욱일기가 자료화면으로 대체된 모습. 2022.11.9
스미소니언박물관 매거진 사이트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지난 8일 A씨 아들을 포함 교민 사회에 보낸 이메일에서 “의견을 공유해줘서 고맙다”며 “해당 내용은 관계자에게 전달했고 동영상은 수정되었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동영상 속 전범기를 삭제하고 다른 자료화면으로 대체했다.

A씨는 “아들도 박물관 답장을 확인했다. 동영상에서 전범기가 제거된 것도 봤다”며 “뿌듯하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힘을 보태줘서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A씨는 해당 소식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에게도 공유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사는 9살 김모군과 엄마 이모씨, 미국 교민 사회가 힘을 합해 스미소니언 박물관 매거진 사이트에 있는 동영상에서 욱일기를 삭제했다”며 “얼마나 멋진 일인가. 댈러스 출장 가면 이 가족에게 꼭 식사 한 번 대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곳곳에 사는 한인들이 전범기 퇴치를 위해 이렇게 큰 노력을 하는데, 일본 관함식과 관련해 ‘욱일기’와 ‘자위함기’는 다르다는 국방부 발언은 참으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은 지구상에서 욱일기가 다 없어지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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