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정국은 옛말… 갱단 두목이 “백신 맞아라” 홍보

코로나 청정국은 옛말… 갱단 두목이 “백신 맞아라” 홍보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11-04 06:39
수정 2021-11-0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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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부 ‘위드 코로나’ 전환
델타 변이 확산에 방역 실패 인정

뉴질랜드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갱단 두목들. 가디언 영상 캡처
뉴질랜드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갱단 두목들. 가디언 영상 캡처
지난해 코로나 청정국을 내세우며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해 왔던 뉴질랜드가 방역 실패를 인정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한 달 이상 봉쇄 조치를 시행했지만 델타 변이의 확산을 막지 못했고, 뒤쳐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정치와 정책 모두 실패했다”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델타 변이로 인해 ‘감염자 수 제로(0)’로 돌아가는 건 매우 어렵고, 규제만으로는 제로 코로나를 달성하기에 충분치 않다”라며 방역 실패를 인정했다. 지난해 3월부터 국경을 닫고 도심을 봉쇄했지만 방역 모범국이라는 명예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정치와 정책 모두 실패했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2일 봉쇄 조치에 지친 오클랜드 주민 수천 명이 방역 조치를 어기고 규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거리의 갱단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뉴질랜드 코로나19 확진자의 83%는 갱단과 원주민인 마오리족이지만 이들의 백신 접종률은 56%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라는 새 방역 정책이 새로운 불평등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마오리족 출신 정치평론가 모건 고드페리는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이 바이러스는 갱단, 임시주택촌 등 불우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침투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코로나가 ‘공동의 희생’을 요구했다면, 앞으론 ‘특정한 누군가의 희생’으로 바뀌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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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유행 20개월 만에 속속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하고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4일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8개월 동안 유지해 온 ‘코로나 제로’ 정책 포기를 발표하고 있다. 웰링턴 AP 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유행 20개월 만에 속속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하고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4일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8개월 동안 유지해 온 ‘코로나 제로’ 정책 포기를 발표하고 있다.
웰링턴 AP 연합뉴스
백신 접종 특사가 된 두목들마오리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뉴질랜드 갱단은 정부의 임명을 받고 백신 접종 센터를 오가고 있다. 우락부락한 체구에 온몸을 문신으로 뒤덮은 백신 접종 특사들은 원주민들을 설득해 센터로 데려오거나, 의료진을 원주민 거주지로 안내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마약 밀매·강도·살인·매춘·인신매매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별도 예산을 편성할 정도였지만 백신 접종률 90% 달성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특사로 임명된 갱단 조직원들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순회하며 원주민의 백신 접종 홍보에 나서고, 정부는 이들의 오클랜드 국경 검문 면제권과 활동비 명목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간 총을 몇 방(shot) 맞은 적이 있다. 코로나19 백신도 두 방(shot) 받았으니 당신도 나처럼 백신을 맞아달라.” -블랙파워라이프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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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마오리진흥부 장관 월리 잭슨은 페이스북을 통해 7명의 갱단 두목이 등장한 4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일부 조직원은 자발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보건 관계자는 갱단 두목을 백신 접종 전략에 영입하기로 한 결정은 이례적이라고 인정하면서 “마오리족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갱단과 그 주변 인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라며 “정부와 갱단의 윈-윈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갱단을 편드는 게 아니라 원주민(마오리족)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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