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구금’ 둘러싼 각국 뚜렷한 온도차
美 강경·中 옹호… “바이든 외교 시험대”
1일 태국 방콕의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미얀마인들이 쿠데타로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군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군부는 이날 새벽 전격 쿠데타를 일으켜 수치 등 정부 고위인사를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수치 고문은 군부 통치 시절 15년의 가택연금과 탄압을 이겨 내고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왔으며 2016년 문민정부 출범 뒤 실질적인 지도자 역할을 해 왔다.
방콕 AFP 연합뉴스
방콕 AFP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은 즉각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모든 정부 관계자들과 지도자들을 풀어 주라”며 “지난 총선으로 표출된 미얀마 국민의 의지를 존중하라”고 압박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트위터에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글을 올렸다.
반면 중국은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각측이 헌법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해 정치 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등 원론적인 논평만 냈다.
동남아의 아세안 회원국들은 ‘무개입 원칙’을 강조했다. 미얀마 군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들의 사정이 작동했다는 평가도 있다. 쁘라윗 웡수완 태국 부총리는 이날 미얀마 사태에 대해 “국내 문제”라고 했다. 그는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쁘라윳 짠오차 정부의 2인자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2014년까지 19차례나 쿠데타가 발생했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도 “다른 국가의 국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5년 1월부터 37년째 집권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미중 사이에 놓인 미얀마의 국제 정세적 위치 때문이다. 미얀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의 수혜국으로, 당시를 기점으로 친중국 노선을 바꿔 미국과 관계를 맺어 왔다. 한편 중국은 여전히 미얀마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 정책에 대한 첫 시험대가 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2-02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