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판 조두순’ 석방 소식에 11살 피해 소녀 극단적 선택

‘호주판 조두순’ 석방 소식에 11살 피해 소녀 극단적 선택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10-23 14:51
수정 2020-10-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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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넬리스 우글(11)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터 흄스(67).
아넬리스 우글(11)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터 흄스(67).
호주에 사는 11살 소녀가 자신을 성폭행한 60대 남성이 보석으로 풀려나자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주변에 안타까움을 남겼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3일(현지시간) 시드니모닝헤럴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퍼스 남서쪽 시골 마을에 사는 아넬리스 우글(11)양이 지난 20일 퍼스 어린이병원에서 숨졌다.

호주 원주민인 아넬리스는 전날 자해로 인한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아넬리스는 자신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던 남성이 보석으로 풀려난 사실을 알고 난 뒤 매우 두려워했다고 아넬리스의 어머니는 전했다.

아넬리스는 피터 프레데릭 흄스라는 67세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흄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아넬리스를 성적 학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넬리스의 지목으로 지난 9월 중순 체포됐지만 같은 날 보석으로 풀려났다.

특히 숨진 아넬리스는 흄스와 같은 마을에 살고 있던 터라 흄스의 출소에 심리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넬리스의 어머니는 딸이 그 마을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그 지역을 벗어나길 간절히 원했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딸 아넬리스와 같은 피해자들이 더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언론을 통해 딸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흄스가 연루된 성범죄 사건 피해자 중에는 5살 여자아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동성범죄 혐의를 포함해 17건의 범죄 혐의로 23일 다시 체포됐다. 혐의가 추가된 범행 피해자 중에는 5살 여자아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음란행위 혐의 4건, 상습 아동성폭행 혐의 3건, 일반폭행 혐의 4건, 성착취 음란물 소지 혐의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흄스가 이날 법정에 출석해 구속심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그의 보석을 반대한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아동성범죄자들이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보석으로 풀려나서 거리를 활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정부에 호소했다.

어머니는 아넬리스가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을 보기 좋아했으며 영리하고 밝은 성격의 아이였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딸은 아름다운 작은 영혼이었고, 모든 사람이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아넬리스의 친척들은 지난 22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의회에서 성범죄자 보석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

주 경찰도 아넬리스의 성폭행범을 풀어준 조치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조 매케이브 주 경찰 치안감은 “사건의 경위와 심각성을 고려할 때 피혐의자에 대한 보석은 고려되지 않았어야 했다”며 “경찰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11세 소녀의 극단적 선택은 주 하원의원들 사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자유당 의원들은 아동 성범죄로 기소된 사람은 보석 신청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증거가 없는 한 ‘무죄 추정의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퍼스의 한 변호사는 “성범죄 피의자의 보석을 금지하는 것은 윤리적이지도 않고, 그들을 모두 구금할 감옥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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