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위협속 하와이 30년만 핵공격 대피훈련…美서 큰 관심

北미사일 위협속 하와이 30년만 핵공격 대피훈련…美서 큰 관심

입력 2017-12-02 15:15
업데이트 2017-12-02 15:1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해 핵 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의 주(州)인 하와이에서 1일(현지시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핵공격 대피 사이렌이 울렸다.
이미지 확대
하와이 주민 대피훈련
하와이 주민 대피훈련
AP통신과 폭스뉴스 등 미 언론은 하와이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을 가상한 주민대피 훈련이 처음으로 진행됐다고 일제히 전했다.

하와이 주 정부 비상관리국(HEMA)이 주관한 이번 훈련은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전에 기획된 것이지만, 최근 미사일 발사로 북핵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하와이뿐 아니라 미 본토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의 주 가운데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해 주민대피 훈련을 실시한 것은 하와이 주가 처음이다.

또한 옛 소련 핵무기와 대치하던 시기인 1980년대 냉전시대 이래로 30여년 만에 처음 진행된 사이렌 대피 훈련이다.

하와이 주 정부 비상관리국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 45분 첫 사이렌을 울렸다. 기존 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활용한 사이렌은 50초간 평온한 톤으로 이어졌고 10초 간격을 두고 요동치는 파장으로 1분간 비상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오아후 섬에 있는 180개를 비롯해 하와이 주 전역의 385개에 달하는 사이렌 장비가 동시에 가동됐다.

하와이 현지 언론 호놀룰루 스타 애드버타이저는 오는 7일 공습 76주년을 맞는 진주만에 정박한 애리조나 메모리얼 미 항모에도 사이렌이 울렸다고 전했다.

오리건에서 온 미 본토 주민 브루스 티즐리(63)는 “이틀전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하고 오늘 사이렌을 들으니 소름이 돋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하와이 주 정부는 그러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해변인 오아후 섬 와이키키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너무 작았다고 현지 언론 등이 전했다.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아후 섬에는 미 태평양사령부도 주둔해 있다.

주 정부 관리들은 와이키키 해변을 비롯해 관광객 밀집 지역에서 사이렌 소리가 작게 들린 원인을 찾아 조사하고 장비를 점검하기로 했다.

번 미야기 하와이 비상관리국장은 “처음에는 훈련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일부 지역에서 사이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와이 주민 카렌 린지와 캐롤린 후지오카는 AP통신에 “알라 모아나 파크에 있었는데 마침 점심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훈련 경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냉전시대 핵 대비 사이렌을 들은 적이 있는 주민 로레인 고디(75)는 폭스뉴스에 “세계가 더는 안전하지 않는다는 걸 일깨우는 것 같다. 특히 여기는 하와이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와이 주 정부는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매달 1일(영업일 기준) 핵공격 대피 훈련을 지속해서 실행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 지사는 “모든 재난에 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건 필수적이다. 특히 오늘날에는 핵공격의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와이는 북한에서 7천200㎞ 떨어져 있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않지만, ICBM급이라면 충분히 사거리 안에 놓일 수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15형은 정상 발사 각도라면 미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와이 주 관내 초·중·고교에서도 수업 도중 교실 문을 잠그고 냉방장치를 끈 다음 냉전 시대에 하던 방식인 ‘웅크리고 숨기’(duck and cover) 형태의 대피훈련이 진행됐다.

하와이 주 정부는 “사이렌이 울리면 주민들이 실제로 핵 공격에 대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딱 15분 남았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비상관리국 측은 “사이렌이 울리면, 일단 실내로 들어가서 대피처에 머물며 라디오 방송 주파수를 맞춰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와이 주 정부는 100킬로톤(kt)급 핵폭탄이 1천 피트(305m) 상공에서 터질 경우 반경 8마일(13㎞)에 있는 주민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며, 1만8천 명 이상의 사망자와 5만∼12만 명의 부상자가 나올 수 있다고 앞서 경고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