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데 기여한 네덜란드의 전 보건장관을 살해한 범인이 2년 만에 범죄 사실을 자백하면서 ‘신의 뜻’이라고 주장했다고 네덜란드 언론들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사이기도 했던 엘스 보르스트는 1994∼2002년 보건장관을 지내면서 안락사법 초안을 만드는 등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도입하는 데 이바지했다.

보르스트 전 장관은 81세이던 2014년 2월 자택의 차고에서 수차례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바르트 판 U’로 알려진 살해 피의자는 지금까지 묵비권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이날 로테르담에서 열린 비공개 심리에서 그는 보르스트 전 장관을 살해한 것이 자신의 “신성한 의무”였다며 뜻밖의 자백을 했다고 공영방송 NOS가 보도했다.

피의자는 지난해 흉기에 찔려 숨진 그의 여동생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됐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DNA가 보르스트 전 장관의 살해현장에서 확인된 DNA와 일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피의자는 보수적인 기독교인으로, 자신의 여동생 살해 사실은 이미 자백한 바 있다고 국영 ANP 통신은 전했다.

보르스트 전 장관이 속했던 중도진보 정당 D66의 대표인 알렉산데르 페흐톨트는 “가장 큰 두려움이 현실이 됐다”며 “범인의 동기는 충격적이다. 엘스는 안락사에 대해 사회·정치적으로 혁신적인 일을 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고 개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2002년 4월 안락사를 합법화한 이후, 2012년 현재 4천 명 가까이가 안락사를 선택하는 등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