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받으려 수백명 줄서…日클래식계 한국인 새 스타 탄생
“눈물이 날 정도로 멋진 연주였다.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다.”음악을 전공하려다 다른 길을 택했다는 21살 대학생 세도가와 씨는 23일 밤 일본 도쿄의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 올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21)의 연주를 감상한 뒤 기자에게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그 만이 아니었다. 기자가 이날 연주에 대한 감상을 물은 일본인 청중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스바라시캇타(멋졌다)”라는 찬사로 시작했다.
출처:도쿄=연합뉴스/도쿄 리사이틀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조성진
청중들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이웃나라에서 온 피아노 천재의 선율과 몸짓에 몰입했다. 그가 건반을 치는 모습은 때론 칭얼대는 아기를 쓰다듬는 노파처럼 부드러웠고, 때론 머리칼이 사자갈기처럼 휘날릴 정도로 격렬했다.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흰 얼굴을 한 미소년이었지만 치열하게 자신을 쇼팽에 이입한 그의 연주는 청중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연주가 끝난 뒤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앙코르를 요청했다. 예선 2차에서 연주한 ‘폴로네이즈 op.53’에 이어 마지막 앙코르곡 바흐의 ‘프랑스 조곡 5번 G장조 BWV 816 사라반다’까지 듣고서도 못내 아쉬운 듯 오랫동안 박수를 이어갔다.
같은 나이인 세도가와 씨는 “섬세한 터치가 특징이었고, 강약의 사용 방법이 뛰어났다”고 평한 반면 67세 도지마 씨는 “쇼팽의 곡은 섬세함이 특징인데 조성진의 연주에서 에너지와 파워를 느꼈다. ‘쇼팽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조성진의 연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청중들마다 달랐다.
연주 중간의 휴식 시간에는 그의 CD를 사기 위해, 연주가 끝난 뒤에는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출처:도쿄=연합뉴스/도쿄 리사이틀 후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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