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정 출산´ 제동 걸리나

미국 ´원정 출산´ 제동 걸리나

입력 2015-08-27 08:43
수정 2015-08-2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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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앵커 베이비’(anchor baby·원정출산)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부시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멕시코 국경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미국 국적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들이 악용하고 있다”며 “‘앵커 베이비’는 중남미인들보다 출생 국적이라는 고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아시아인들이 더 관계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발언은 부시가 앞서 한 라디와의 인터뷰에서 ‘앵커 베이비’를 거론했다가 중남미 이민자 계층을 옹호해온 이민자 시민권 운동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뒤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때문에 공화당 대선 경선과 내년 대선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히스패닉 표를 의식해 타깃을 아시아계로 옮겼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이 아니라 관광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해 아이를 낳는 ‘원정출산족’, 특히 중국 등 아시아계 관광객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자 미주한인단체들을 비롯해 아시아계 이민자단체들과 일부 미 연방의회 의원들이 강도높게 비판하며 부시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 언론들도 ‘앵커 베이비’가 공화당 대선 후보들 간의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는 “아시아계 이민자 자녀들을 앵커 베이비라고 한 것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경멸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부시 후보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아시안 커뮤니티를 향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다른 지역의 한인연합회도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다.

마이크 혼다·주디 추(민주·캘리포니아) 등 아시아계 출신 미국 연방의원들을 비롯해 전미아시아태평양계미국인협의회(NAPALC)와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권익옹호협회 등이 비판 성명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앵커 베이비 이슈는 넓게 보면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이 있다. 불법 이민자의 약 70%는 중남미 출신들이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불법 이민자들이 세금은 제대로 내지도 않으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복지 혜택만 챙기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 특히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주요 대형 주들의 경제가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같은 저임금 불법 이민자들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앵커 베이비는 약 30만명이며, 매년 큰 편차는 없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중남미 출신의 불법 이민자들이 낳은 아이들이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수년 전부터 교육열이 남다른 중국과 필리핀,인도 등 아시아계 임산부들의 발걸음을 잦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허핑턴포스트는 중국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원정 출산을 하려고 미국 병원을 찾은 중국 여성이 6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2년 새 6배가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대부분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따주려는 의도다. 그러다 보니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중국인 등 원정 출산을 하려는 산모들을 대상으로 관광 비자와 출산 전까지 머물 숙소를 묶어 6만 달러(약 7100만원) 에 파는 사업도 성행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 많고 많은 이슈들을 제치고 앵커 베이비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만큼 보통 미국인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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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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