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동성애·이혼에 전향적 언급…교황의 ‘조용한 승리’

가톨릭, 동성애·이혼에 전향적 언급…교황의 ‘조용한 승리’

입력 2014-10-14 00:00
수정 2014-10-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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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중간보고서, 금기 주제에 포용적 태도…”실제 변화까진 갈길 멀어”

이번 가톨릭 주교회의(시노드) 중간보고서에서 동성애와 이혼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일단 회의를 소집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용한 승리’라는 것이 주요 외신의 대체적 평가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과거 동성애에 대해 “본질적으로 혼잡한” 것이라고 교리적 측면에서 단죄한 것과 달리 금기시된 주제를 공개 토론에 부쳤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 변화라는 것이다.

또 이혼에 대해서도 “죄가운데 살고 있는” 상태라는 규정이 따라다녔으나 이혼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조차 교회 공동체가 품어야 한다는 시각의 전환이 이뤄졌다.

16세기 초 영국 헨리 8세가 자신의 이혼을 바티칸이 허락하지 않자 교황 대신 영국 왕을 수장으로 하는 영국성공회를 출범시킨 것에 비춰보면 상전벽해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본질적으로 이혼과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점은 아니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 사실상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추세와는 거리를 둔 것으로, 교회로서 차별성을 지니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동성애자들도 그 나름 은사(gifts)와 함께 기독 공동체에 제공할 자질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영국 BBC 방송은 13일(현지시간) 보고서와 관련, “동성결혼 뿐 아니라 혼배성사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나 이혼 후 교회의 허락 없이 제2의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동정과 이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BBC는 이어 “교황이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던 점이 많은 주교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도 교황청이 동성애자들과 이혼 문제에 대해 더 유화적으로 톤을 바꾼 것이라면서 보고서의 전향적 태도에 방점을 찍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 같은 톤의 변화는 지난해 교황이 “만약 어떤 사람이 ‘게이’(동성애자)이면서 하나님을 찾고 선의를 갖고 있다면 내가 누구관대 그를 판단하겠는가”라고 말한 대목을 뚜렷이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교회사가인 알베르토 멜로니는 신문에 “이번 경우는 분명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리다”고 말했다.

앞서 교황은 이번 회의를 여는 미사에서 겸손하고 창의적으로 임하자고 제의한데 이어 지난 한주동안 비공개 회의에서도 줄곧 경청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 결과는 200명 가까운 주교회의 참석자 가운데 41명만이 이번 중간보고서 독회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반대론자들이 이 정도만 돼도 앞으로 일어날 논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전 주교회의들이 비생산적이었던 데 반해 이번 회의는 약 50년 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비견된다고 NYT는 전했다. 당시 가톨릭 교회는 교회 전례, 타종교와의 관계, 신부와 평신도의 역할 개념에 있어 획기적 변화를 보인 바 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말 그대로 중간보고서로, 이번 한주간 주교들이 추가 회의를 가진 후 최종 문안을 내놓아 가톨릭 교회 내부 토론 자료로 삼게 된다.

그리고 내년 10월 주교들이 다시 소집돼 일련의 권고문을 내놓게 되면 그 변화에 대해 찬반 결정은 교황이 하게 된다.

주간지 타임은는 “실제 (사목) 방침의 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평했고 BBC도 아직 난상토론 단계라면서 “참석자들도 자신들의 발언이 전세계 신문 1면을 장식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토의에 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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