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사태 위기 봉합…”불투명성은 여전”

키프로스 사태 위기 봉합…”불투명성은 여전”

입력 2013-03-25 00:00
수정 2013-03-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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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은행 청산에 고액 예금자도 ‘고통분담’키프로스 호재로 금융시장 ‘안도랠리’’뱅크런’ 우려…외국 기업들도 철수 준비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이 25일(현지시간) 12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타결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꺼졌다.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이 승인한 구제금융 조건은 예금자보호 한도가 넘는 고액 예금자에게도 고통을 분담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기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키프로스발 악재가 해소됨에 따라 유로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아시아 증시와 국제유가도 일제히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이 타결됐다고 해서 모든 불확실성이 제거된 게 아니며 당장의 위기를 봉합한 조치일 뿐이라는 점에서 향후 전망 또한 그리 밝지만은 않다.

당장 26일부터 은행 영업이 재개되면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며 외국 기업들도 법인세율 인상 등에 따라 철수를 검토하고 있어 키프로스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액 예금자도 고통분담…1위 은행 손실률 조만간 결정

키프로스 정부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합의한 구제금융안은 ‘플랜B’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지난 16일 키프로스와 합의한 원안이 키프로스 의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수정한 방안이다.

애초에는 국제채권단이 키프로스에 구제금융 100억유로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58억유로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기로 했으며 조달 방식은 은행예금에 부과금(levy)을 부과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키프로스 국민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뱅크런 사태가 빚어지고 키프로스 의회에서 이 안을 부결시키자 정부와 의회는 플랜B를 마련했으며 이를 들고 트로이카와 협상을 벌였다.

유로그룹이 플랜B를 최종 승인함에 따라 키프로스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주는 부과금은 피하게 됐지만 예금자보호 한도(10만유로)가 넘는 고액 예금자는 손실을 떠안았다.

유로그룹이 이날 발표한 성명을 보면 2위 은행인 라이키은행을 즉각 ‘굿뱅크’와 ‘배드뱅크’로 나눠 배드뱅크를 청산하고 굿뱅크는 1위 은행인 키프로스은행(Bank of Cyprus)과 합병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라이키은행 주주와 은행채 보유자, 10만유로 이상 예금자 등은 전적으로 고통을 분담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또 키프로스은행의 10만유로 이상 예금은 자본확충이 끝날 때까지 동결되며 주주와 은행채 보유자도 자본확충에 기여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키프로스은행의 ‘헤어컷’(손실 상각) 비율은 앞으로 트로이카와 협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키프로스은행 자본 확충의 최종 목표는 2018년까지 자기자본비율을 9%까지 올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로그룹은 10만유로 미만의 예금은 모두 보호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구제금융을 키프로스은행과 라이키은행의 자본확충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불확실성 해소” 금융시장 ‘반색’…뱅크런 우려 남아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나와 “지난 며칠 동안 키프로스와 유로존에 영향을 끼쳤던 불확실성을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애초 모든 예금자에게 부담금을 매기는 원안과 견줘 “훨씬 나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니코스 아나스티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도 이번 협상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키프로스가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되자 금융시장은 불확실성 해소에 주목하면서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이날 1.49% 오른 1,977.67로 마감했고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1.69% 상승한 12,546.46으로 장을 마쳤다.

최근 약세를 보였던 유로화는 이날 오후 3시40분 현재 달러화에 대해 0.4% 오른 유로당 1.3034달러에 거래됐으며 국제유가도 시간외거래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키프로스 국민은 구제금융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키프로스 경제가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키프로스뉴스통신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24일 키프로스은행 지점에 방화를 시도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10만유로 미만이면 예금자보호 대상으로 손해를 안 보지만 은행 영업정지가 26일 풀리면 불안감에 대거 돈을 빼내는 사태가 예상된다.

아울러 키프로스 정부는 자구책으로 금융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이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외신들은 국제적 기업들이 낮은 세율과 금융시장의 안정 등에 따라 키프로스에 진출했지만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온라인 업체인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의 키프로스 법인 대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6일 은행이 문을 열면 회사 계좌의 예금을 모두 인출해 런던이나 북미로 송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이날 구제금융안 합의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키프로스의 채무불이행과 유로존 탈퇴 위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키프로스의 금융부문에 대한 평판이 장기적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위기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키프로스의 경제 성장 동력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으며 부채를 감내할 수 있을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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