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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떠난 차베스…눈물, 박수 그리고 증오

멀리 떠난 차베스…눈물, 박수 그리고 증오

입력 2013-03-09 00:00
업데이트 2013-03-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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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안팎 침통 속 “차베스 만세” 환호도지지자들만 참석…반대자 참석은 없어

“차베스, 아디오스(Adios.안녕)”

베네수엘라를 14년 동안 통치했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국민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 좋든 싫든 오랜 시간 대통령과 국민으로 지냈던 이들은 한낮 치러진 장례식을 끝으로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다.

차베스의 육신은 이제 박제처럼 만들어져 박물관에 고스란히 남겠지만 이미 몸을 떠난 영혼은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국영 TV를 통해 생중계된 장례식 풍경은 침통한 모습 그대로였다.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안경을 벗고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오랜 투병 끝에 생명의 끈을 놓게 된 차베스를 벌써 그리워하는 듯했다.

차베스와 친분이 깊었던 남미 좌파 정상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굳은 얼굴에서 감지되는 비통한 마음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집권 14년간 차베스가 걸어온 길을 치켜세울 때는 침묵을 깨고 박수가 터져 나왔고, 국가가 모두 제창되고서는 “차베스 만세”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후계자로 올라선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은 오랜 시간 자신을 이끌어 준 지도자의 관 위에 베네수엘라 독립영웅인 ‘시몬 볼리바르’의 칼을 바치며 존경을 표했고, 차베스를 친구처럼 여겼던 정상들은 키스를 남기며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식장 밖을 붉게 물들인 차베스 지지자들도 흐느끼며 우는 모습이 적지 않았다.

대형 화면을 통해 차베스 관을 둘러싼 식장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옆 사람과 함께 부둥켜안고서 눈물을 닦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몸이 아파 떠난 차베스가 마음속에서만큼은 함께 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 때문인지 대부분은 죽음도 하나의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비록 장례식장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전광판을 통해 차베스의 생전 영상이 전해질 때면 ‘차베스, 사령관’을 힘차게 외쳐댔다.

약속이라도 한 듯 붉은 티셔츠를 맞춰 입은 채 노래를 부르고, 구호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에서 ‘우상’에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는 어린 아이들이 느껴지기도 했다.

땡볕에도 길게 줄을 늘어선 지지자들은 지겹지도 지치지도 않는 지 한 걸음씩 때로는 반 걸음씩 꾸준히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며칠간 이들이 보여줬던 열렬한 모습은 놀라움 이상이었다.

차베스를 어머니, 아버지로 부르며 전능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차베스를 미워하고 혐오했던 이들에게 있어 지난 며칠은 시원하고, 어쩌면 개운하기까지도 한순간이 됐는지 모를 일이다.

차베스가 투병 끝에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지지자들은 거리에서 눈물을 흘린 반면 그를 반대했던 이들은 뒤편에서 박수를 치며 죽음을 반기기도 했다.

장례식장에서 지지자들 말고는 누구도 찾아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빈민의 구제자’라는 별명을 가진 차베스는 자신을 지지했던 이들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후했지만 자신을 비난하며 반기를 들었던 사람들에게는 유난히 가혹했다.

그만큼 차베스에게 있어 지지자들을 빼고는 모두가 적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는 마지막까지도 적들과 영원히 화해하지 못한 채 머나먼 길을 떠나버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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