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 맞서 기독교적 가치 회복 추구1991년 뇌졸중 이후 후유증 시달려
베네딕토 16세(85)에게는 265대 교황으로서 재직 중 기독교 신앙의 쇠퇴와 세속화에 맞서 교회의 전통적 가치 회복을 주창했다는 평가가 따른다.하지만, 보수적 성향이 강해 가톨릭의 현대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그는 11일(현지시간) 고령에 따른 직무수행의 어려움을 들어 사임을 발표함으로써 교황 임기를 7년 9개월여만에 마감했다. 교황이 재임 중 사임한 것은 1415년 그레고리 12세에 이어 598년 만이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교황에 취임했다.
선출 당시 나이가 78살로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만에 등장한 최고령 교황이자 역사상 여덟 번째 독일인 교황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고령에 뇌졸중 병력까지 있어 지난 2005년 4월 선출 당시부터 건강에 대한 우려가 따랐다.
주변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1991년 8월 첫 뇌졸중을 일으킨 이후 심한 현기증과 수면장애에 시달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 발간된 인터뷰 저서인 ‘세상의 빛’에서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또 영적으로 교황 업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스스로 사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혀 장차 자진해 사임할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의 본명은 요제프 라칭어로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 마르크트 암인에서 태어났다.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신학 박사로서 1960년대에는 독일 프라이징신학대와 튀빙겐대학 등에서 신학을 강의했다.
그에게는 소신이 강한 학자이자 유능한 행정가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 불어, 영어, 스페인어 등 10개국 언어에 능통하며 21세기 유럽 최고 지성의 신학자라는 칭송도 따른다.
그는 재임 중 선진국에서 퍼져가는 기독교 신앙의 쇠퇴와 세속화의 풍조를 막으려면 유럽이 먼저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성애, 이혼, 인간복제 등에 반대했으며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적 시각을 유지했다.
교회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취임 이후 바오로 6세 이후 폐지했던 교황의 의상을 다시 착용했다.
청년 시절 나치 조직에 가입한 전력으로 사상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재임 중에는 사제들의 과거 아동 성추행 추문 때문에 여러 차례 사과하는 등 곤혹을 겪기도 했다.
신앙과 과학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현대 과학에 대한 맹신의 위험성은 경계했다.
2011년에는 교황으로서 처음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의 직원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작년 12월에는 트위터 계정도 개설한 바 있다.
2010년에는 바티칸 은행의 투명성을 높이려고 자체 금융감독기구를 신설하고, 돈세탁과 테러 자금 유입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