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도자, 부정부패 덜해’ 통념 사실일까

‘여성 지도자, 부정부패 덜해’ 통념 사실일까

입력 2012-12-05 00:00
수정 2012-12-0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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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근거없어…부패 적은 민주적 사회에 女지도자도 많은 것”

여성의 고위직 참여 확대는 부정부패 척결의 지름길이다?

여성 지도자는 남성보다 뇌물을 덜 받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 이익을 공공선(善) 보다 앞세우는 일도 드물다는 것은 이제는 거의 진부하게 여겨지는 통설이 됐다.

그러나 이런 상투적 관념이 과연 사실인지는 따져 볼 일이다.

보다 깊숙이 들여다보다 보면, 실제로 성별과 부패의 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미 라이스대·에모리대 연구진들이 최근 발표한 ‘공정한 성(性)인가, 순수의 신화인가?’라는 제목의 연구에 따르면 부패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제도적 구조다. 여성의 정치적 지위 향상은 오히려 그 결과에 가깝다.

여성이 남성보다 원래 더 깨끗하다거나 탐욕의 유혹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는다기보다는, 권력남용이나 부정 등에 엄격한 민주적·개방적 정치 구조에서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물론 공적 직책에 여성의 진출이 늘면 행정의 질도 개선되고 부패도 사라진다는 시각을 뒷받침하는 듯한 사례들도 있다.

일례로 인도에서는 지난 1993년 마을 의회의 의석 30%를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법을 제정한 이후 실제로 변화가 있었다.

세계은행의 올해 ‘세계개발보고서(WDR)’에 따르면 여성 지도자가 있는 마을은 남성이 이끄는 마을보다 뇌물수수가 2.7~3.2%포인트 적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단순하지 않다.

인도네시아의 첫 여성 재무장관을 지낸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세계은행 집행이사는 여성의 공직 참여 확대가 풀뿌리 정치 수준에서는 특히 자원 배분 측면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국가 수준에서는 여성 지도자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은데다, 여성이 공직사회를 청렴하게 한다는 것도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국가 입법기관 내 여성의 비율은 지난 1987년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20.2%를 현재 기록하고 있지만 부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라이스대·에모리대 보고서도 남성 위주의 강력한 위계질서가 자리 잡고 있는 독재 정권에서는 여성 고위직이 늘어난다 해도 부패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여성들이 남성 후견인 덕택에 권력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직위를 잃을 것이 두려워 관습화된 부정부패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정치 체제에서는 사법제도가 잘 작동하고 투표를 통한 심판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성의 정치 참여에 따른 변화가 보다 두드러진다. 이는 상대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위험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 같은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성의 정치참여 증대에도 부패가 여전히 뿌리깊은 반면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유다.

전 뉴질랜드 총리인 헬렌 클라크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도 여성이 남성보다 덜 부패하다는 구체적 증거는 없다며 청렴성은 성별보다는 사회의 작동 방식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부패는 권력층에 갓 진입한 여성들이 보통 접근하기 어려운 특정한 정치·사회적 관계망에서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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