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탈세 폭로한 박세바니스, 그리스 영웅으로

고위층 탈세 폭로한 박세바니스, 그리스 영웅으로

입력 2012-10-31 00:00
업데이트 2012-10-31 00:4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그리스 檢, 이례적 신속재판 착수

탈세 지도층 명단, 일명 ‘라가르드 리스트’를 폭로한 그리스 언론인이 ‘부패에 대항하는 십자군’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그리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리스 검찰이 이례적으로 지난 28일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체포된 그리스 탐사전문지 ‘핫 독’의 편집장 코스타스 박세바니스(46)에 대해 신속재판 절차에 착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찰은 그가 한 차례의 심리 절차를 거쳐 새달 1일 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결론나면 박세바니스는 최소 징역 1년 또는 3만 유로(약 4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박세바니스가 법정에 출석한 29일 법원 밖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비롯한 지지자들이 운집했다. 박세바니스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기자들에게 “검찰은 세금 탈루자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받는 그리스 상황에 대한 국제단체의 우려도 쇄도했다. 언론인 인권 보호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박세바니스는 위험한 범죄자가 아니다. 과도한 법적 절차는 사법당국이 이번 사건에 침묵하려 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성명을 내 그를 옹호했다.

유럽의 민주주의 증진, 인권 보호 등을 위해 활동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도 “그의 명단 공개는 ‘민주주의 감시견’으로서의 언론의 책임”이라며 “우리는 그리스 법원이 사생활 존중과 대중의 알권리 보장 간에 옳은 길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압박했다.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아네테대 법철학과 교수는 “그를 체포한 것은 그리스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역효과를 가져올 중대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박세바니스는 지난 27일 HSBC은행 스위스 지점에 계좌를 보유한 그리스 지도층 2059명의 명단을 공개해 생활고로 신음하는 민심에 불을 질렀다. 반면 수년간 긴축 조치로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해온 그리스 정부는 엘리트층의 이득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을 한몸에 받으며 후폭풍에 직면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2-10-31 18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