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佛보다 더 큰 불

그리스, 佛보다 더 큰 불

입력 2012-05-08 00:00
수정 201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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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반대세력 의회에 대거 진출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정’이 칼날 위에 서게 됐다.”(세라 헤윈 스탠다드차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

블룸버그 통신이 6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 결과가 구제금융과 유로존의 리스크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제하의 분석 기사에서 인용한 문구다. 중도우파 신민당(ND)과 중도좌파 사회당(PASOK)의 집권 연정이 1974년 이후 장기 집권과 긴축재정 등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유권자의 반발로 의회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유로존 전역에 ‘그리스 리스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통신은 구제금융 반대세력이 의회에 대거 진출함에 따라, 가능성은 낮지만 설혹 신민당과 사회당을 주축으로 한 연정이 재구성된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긴축정책이 힘들게 돼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지지하는 정당은 ND와 PASOK, 두 개 정당뿐이다. ‘구제조건 의무사항 불이행→채무불이행(디폴트) 봉착→유로존 탈퇴→유로존과 전 세계로 그리스 리스크 파급’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득권층에 대한 유권자의 반발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Syriza·뿌리와 가지)나 외국인 추방 등을 주장하는 신(新)나치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을 비롯해 극단적인 군소정당 7~10개가 의회에 진출하게 된 것도 그리스의 연정 퍼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총선 이후 그리스의 정치 일정은 무엇보다 연정 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표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제1당인 ND가 사흘 안에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ND의 연정 구성이 실패하면 창당 10년 남짓만에 제2당으로 급부상한 시리자가 연정 구성 권한을 갖게 된다. 제2당도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제3당인 PASOK이 같은 권한을 이어받게 된다. 그래도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면 그리스는 2차 총선을 실시하게 된다. BBC 등 외신은 총선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서 ND는 19%, 시리자는 16.7%, PASOK은 13.3%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시리자가 신민·사회당 연정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고 있으며 10%의 득표로 제4당을 차지하게 된 자유그리스당도 현재로서는 ND와의 연정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각 정파의 입장으로는 ‘구제금융 연정’ 구성이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신민당이 공산당이나 황금새벽당 등 일부 소수 정파를 끌어들여 가까스로 연정을 구성하는 시나리오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를 두고 레프테리스 파마키스 노무라 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의 정치적 불안정이 목전에 다다랐다.”고 평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당장 눈앞에 닥친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리스는 다음 달 말까지 110억 유로(약 16조원)에 이르는 긴축 재정을 이행해야 한다.

정정 불안과 구제금융 이행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언급한 대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출구 전략으로 공식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회원 탈퇴를 규정한 법적 장치가 없고, 스페인을 비롯해 다른 회원 국가로 그리스 사례가 전염될 수 있는 데다, 시장에 위험한 선례로 남을 수 있어 유로존 탈퇴 현실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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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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