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불명예 퇴진… 새 총리 맞는 伊 앞날은

베를루스코니 불명예 퇴진… 새 총리 맞는 伊 앞날은

입력 2011-11-14 00:00
수정 2011-11-1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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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해낸 일들 자랑스럽다” 사임 하루만에 정계 복귀 시사

‘뻔뻔한 불사조’ 다시 살아나나

숱한 부정부패 의혹과 섹스 스캔들에도 꺾이지 않는 ‘불사조’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 이탈리아 총리의 퇴장은 국민들의 환호와 조롱 속에 이뤄졌다. 12일(현지시간) 로마 대통령궁 주변에 모여 있던 시민 수천명은 총리의 사임이 공식 발표되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으며 차량을 타고 떠나는 베를루스코니에게 ‘어릿광대’라고 야유를 보냈다.

재정 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최장수 총리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베를루스코니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권력의 힘으로 막아냈던 각종 부정부패 의혹 및 성추문과 관련된 법정 소송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경제 위기의 여파에 휘청이는 자신의 사업도 구해야 하는 난관이 놓여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모로코 댄서와 연관된 미성년 성매매 및 권력 남용, 소유 기업의 조세 포탈, 법정 위증 교사 및 뇌물공여 등 3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미성년 성매매와 권력 남용은 유죄 판결 시 최대 1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어 일각에선 베를루스코니가 정치적 후원자였던 베티노 크락시 전 총리처럼 해외 도피를 택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대중의 주목을 받기 좋아하는 그의 기질상 외딴곳에서 조용히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정치평론가 세르조 리조는 “그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주인공이길 원하는 사람”이라면서 망명 시나리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베를루스코니가 정계에서 은퇴해 본업인 억만장자 사업가로 돌아갈지는 불분명하다. 그는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법정 소송과 사업활동 등을 고려하면 정치를 완전히 떠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리조는 “한때 꿈꿨던 대통령처럼 거물 정치인으로서의 미래는 포기하더라도 사업의 바람막이로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기업인으로 재출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베를루스코니는 13일 군소보수정당인 ‘더 라이트’의 당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전례없는 국제 위기 속에 우리가 해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나는 정부로 향하는 길을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MS 유럽 독점 막은 ‘저승사자’ 재정위기 수렁서 건져올릴까

마리오 몬티 새 총리 확실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격랑 속 이탈리아호(號)를 구해낼까.’

실비오 베르루스코니 총리의 퇴장으로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새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마리오 몬티(68)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가 13일 오후(현지시간) 발표되는 이탈리아 새 총리로 지명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몬티는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물론 이탈리아 집권당인 자유국민당(PdL)과 집권연정의 한 축인 북부동맹 등 EU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특유의 쇼맨십을 뽐내며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베를루스코니와 달리 몬티는 온화한 인상에 말수조차 적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인파이터’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세계적 기업의 독점을 막아냈던 그의 이력에 주목한다. 몬티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EU의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내며 명성을 쌓았다. 유럽시장의 독점을 막기 위해 가차 없이 ‘철퇴’를 휘둘러 글로벌기업들에는 ‘저승사자’로 통한다. 2001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하니웰의 합병을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불허했고, 2004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소프트웨어를 끼워 팔았다.”며 4억 9700만 유로(약 7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같은 이력 덕에 국제사회는 “몬티가 냉혹한 긴축정책을 원칙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몬티가 총리에 취임하면 당장 베를루스코니 때 의회를 통과한 경제안정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 방안에는 이탈리아가 약 1조 9000억 유로의 정부부채를 줄이기 위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현재 65세부터인 연금지급 연령을 2026년까지 67세로 높이며, 2014년까지 150억 유로의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대부분 국민적 인기를 얻기 어려운 안이다. 이탈리아 노조는 “해고가 자유롭도록 노동법이 개정된다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결국, 정치 경험이 없는 몬티가 분열된 정치권을 이끌고 어떻게 성난 민심을 설득해 가느냐에 따라 이탈리아 정국의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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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11-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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