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인간방패’로 쓴 러시아 경찰

시민을 ‘인간방패’로 쓴 러시아 경찰

입력 2010-03-13 00:00
수정 2010-03-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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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비리 및 강력 범죄 연루 등으로 개혁 압박을 받고 있는 러시아 경찰이 이번에는 도주하는 용의자 검거를 위해 시민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BBC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러시아의 한 고속도로에서 경찰이 운전 중이던 일반 시민들에게 차를 이용해 도로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던 범죄 용의자가 차량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갔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지만 차 여러 대가 파손됐다.

경찰의 지시를 받았던 운전자 중 한 명인 스타니슬라프 수티야긴이 이를 폭로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러시아가 발칵 뒤집혔다. 수티야긴은 동영상에서 “차를 다르게 들이받았다면 우린 죽었을 수도 있다. 만약 그 범인이 멈춰섰다면, 총격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러시아 정부에게 우리 목숨은 그렇게 하찮은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당시 경찰은 우리들 뒤에 차를 세워놓고 있었다.”고 꼬집으면서 경찰은 차량 수리비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수티야긴의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다. 해당 경찰은 해고됐고 경찰청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의회는 관련 청문회를 여는 등 파장이 크다.

앞서 지난달 러시아에서는 여성 2명이 숨진 교통사고를 러시아 2위 원유생산사인 루코일 간부가 연루됐다는 이유로 경찰이 수사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언론을 통해 사건 은폐 기도 사실을 공개했고 결국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러시아에서 경찰은 부정·부패의 상징인 데다 2008년 이후 살인, 성폭행 등 각종 강력 범죄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모스크바의 한 경찰서 서장의 총기 난동 사건으로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면서 경찰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조직 축소 등 내무부 개혁안을 발표했다. 또 지난달 18일에는 내무부 고위 공무원 2명과 15명의 경찰 고위 간부를 해임하고 라쉬드 누르갈리예프 내무부 장관에게 경찰 개혁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별도로 대통령궁은 경찰에 의한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지난 6일에는 모스크바에서 경찰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까지 벌어졌다. 이에 사흘 뒤인 모스크바 경찰청장은 TV 생방송을 통해 올해 1~2월 경찰에 대한 불만 제기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면서 조직 기강 확립을 위한 추가 조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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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0-03-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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