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뜨거운 감자’ 제10대 이란 대통령 선거 투표가 12일(현지시간) 이란 전역 4만 5713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투표소에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이어져 당초 오후 6시에 끝날 예정이었던 선거가 1시간 연장됐을 정도로 투표율이 높았다. 이란 선관위는 이번 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슬람공화국 30년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이번 선거의 대내·외 관전 포인트를 알아봤다.
●대외 : 대미 관계, 향후 방향은?
반서방 기치를 내걸고 있는 강경·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 친서방 후보인 개혁파의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양강 구도는 대외적으로도 첨예한 문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관계 변화 속에 친서방 진영에 대한 이란 국민의 지지가 커진 까닭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상극의 관계를 걸어 왔던 이란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란 국민이 오바마의 실험에 어떻게 화답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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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핵문제가 화두다. 개혁 진영이 정권을 잡게 되면 한층 유화된 핵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무사비도 핵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아마디네자드의 강경 노선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개발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에도 힘이 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집중하는 이른바 ‘아프팍 전략’으로 대표된다. 아프간 전쟁을 위해 지정학적으로 이란의 도움이 절실한데, 미국은 주요 교두보를 얻게 되는 셈이다. 이란-헤즈볼라-하마스로 이어지는 중동의 반미 구도에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물론 이란이 신권정치 국가인 만큼, 대외정책의 실질적인 결정권자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역량은 한계가 있다. 그는 이슬람권과의 화해를 제의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 대해서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개혁 세력이 정권을 잡아도 대미 관계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보수진영이 정권을 잡을 때보다 미국과 이란의 화해무드는 탄력을 받게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일단 관건은 무사비의 당선 여부다. 2주 전만 해도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이 거의 확실시됐지만 도시 중산층과 젊은층, 여성 유권자 등이 무사비 주변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정치평론가 셰이드 랑야즈의 말을 인용, “무사비 전 총리가 유권자 55~60%의 지지를 얻고 있다.”며 아마디네자드의 패배를 점쳤다.
●대내 : 보·혁 갈등의 파장
이란 내부에서는 민감한 이슈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보수와 개혁’이라는 사회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일단 후보들은 인권 신장을 약속하고 있다. 로이터는 “모든 후보들이 표현의 자유와 여성 인권 신장을 약속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무사비 후보는 아마디네자드의 종교를 중시하는 강경책을 (반여성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는 여성의 표심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여성 인권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면서 “이란의 여성운동가들은 무사비 후보 등 아마디네자드의 라이벌들에게 큰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 진영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0일 무사비 후보의 선거운동을 비난하며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혁명수비대는 대규모 군 조직뿐만 아니라 전국에 걸친 민병대 조직까지 통제하고 있는 이란의 주요 권력기구다. 무사비의 개혁에 대한 반발심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선거가 끝난 뒤 보·혁 갈등이 첨예해지면 무력 충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대선이 끝나도 이란 내부의 갈등 구도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06-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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