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초당정치’ 타격
차기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공화당의 저드 그레그 상원의원이 지명 발표 9일 만에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했다.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를 이유로 내세웠다. 통합을 내세운 ‘오바마식 초당정치’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그레그 상원의원은 12일(현지시간)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부양책과 2010년 인구 센서스 등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이 있었다며 장관 지명 수락 의사를 철회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성명에서 “대통령과 나는 많은 중요한 정책에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레그는 지난 3일 지명 기자회견에서 같은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당파성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대통령이 같이 일해 보자고 할 때 ‘예스(yes)’라고 말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했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지난 10일 경기 부양 법안 표결에서 기권, 경기부양책에 대한 고민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부에서는) 나는 저드 그레그일 수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인구 센서스가 사퇴 결정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했지만 미 언론들은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백악관이 상무부 주도하에 실시되는 인구 센서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공화당은 반발했다. 인구 센서스 결과는 선거구를 획정 기준이기 때문에 각 정당은 이 문제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는 그레그 사퇴 발표 소식에 “사실 (내가 먼저 장관직을 제안한 게 아니라) 그레그가 먼저 와서 일하고 싶다는 열의를 보였다.”고 언급한 뒤 “국민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함께 일하는 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초당적인 내각을 꾸리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누가 먼저 제안을 했든, 그레그 의원의 사퇴의 변을 종합해 보면 그의 선택은 개인의 ‘변심’ 차원을 넘어선 문제다. 결국 오바마에게는 초당적인 협력이라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준 셈이다. 당장에는 차기 상무장관 후보를 다시 물색해야 하는 어려움을 준다.
그레그의 사퇴는 현 정부에서 공화당 인사들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 측근들은 이제 대통령이 초당적인 활동으로 얻은 것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며, 그레그 자리를 반드시 또 다른 공화당 인사로 채워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9-02-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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