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찰 조준사격 안 했다”

“그리스 경찰 조준사격 안 했다”

입력 2008-12-11 00:00
수정 2008-12-1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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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은 단단한 물체에 먼저 맞고 튕겨서 소년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리스 시위사태를 몰고 온 15세 소년 알렉산드로스 그리고로풀로스의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경찰이 조준 사격을 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10일 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법의학자들이 총탄의 탄도를 분석한 결과,경찰관들의 조준사격이 아닌 어떤 물체에 먼저 맞고 튕겨서 소년의 가슴에 맞았다는 것이다.총탄의 표면이 일그러져 있는 점도 조준사격이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이번 시위 사태가 소년의 죽음에서 촉발된 만큼 이같은 조사 결과를 그리스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그리스 당국은 소년의 사살과 관련,두 명의 경찰관을 각각 살인과 공범 혐의로 체포한 상태이다.

닷새째에 접어든 그리스 시위 사태는 이날 양대 노조인 일반노동자연맹(GSEE)과 공공노조최고협의회(ADEDY)의 24시간 전국 일제파업으로까지 번졌다.

수도 아테네의 국제선 운항이 중단됐고,기차와 여객선이 멈춰섰다.주요 도시의 대중교통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학교와 병원 등도 모두 문을 닫았다.1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아테네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며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성토했다.국회의사당 부근과 체포된 경찰들의 재판이 열린 법원 앞에서는 청년시위대의 화염병과 돌,그리고 진압경찰의 최루탄 공방전이 하루종일 계속됐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경찰과 시위대간 계속되는 폭력 사태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하고 자제를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리스인들의 시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1974년 7년간의 군부통치를 끝장낸 것도 학생들의 봉기에서 비롯됐다.이후에도 그리스에서 시위대와 진압경찰의 대치는 일상화 되어 있다.경찰이 쏜 총에 맞아 소년이 사망한 아테네 인근의 엑사르키아 역시 청년들과 경찰이 종종 충돌하던 곳이다.

경찰에 대한 불신과 함께 수년간 계속돼 온 고위 관리들의 잇단 부패 스캔들과 내분,무리한 개혁 등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이번 시위를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지난해 재집권에 성공한 우파 신민주당(ND) 정부는 연금과 교육개혁 등 내놓는 정책마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쳤다.금융위기가 불러온 경제침체와 청년실업 및 빈부격차 확대 등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다.농학도연맹 회원인 게오르게 디미트리우(22)는 “10대 소년의 죽음은 여러 이슈에 대한 저항의 기회를 가져왔다.”며 “우리 세대는 부모 세대에 비해 가혹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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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2008-12-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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