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18년간이나 이끌며 ‘경제 대통령’으로 일컬어졌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회고록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백악관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백악관의 반응이 주목된다.
그린스펀은 17일 판매되는 회고록 ‘격동의 시대:신세계에서의 모험’에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데도 정치적으로 불편해지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면서 “바로 이라크 전의 주된 원인은 석유 때문이라는 사실”이라고 기술했다.
그린스펀은 미국이 중동에서 석유 공급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데 위협적인 존재가 처형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 전을 일으키면서 후세인이 개발 중인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고 테러 세력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석유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린스펀은 또 회고록을 통해 부시 대통령을 혹평한 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극찬했다. 부시 대통령이 ‘긴축재정을 통한 작은 정부’라는 보수주의의 기본원칙을 버리며 재정적자를 크게 늘리는 실책을 범했다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방만한 재정지출이 따르는 법안들을 거부할 것을 권고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부시가 이데올로기와 대통령 선거 공약 실현을 위한 욕망에 사로잡혀 경제정책의 올바른 방향에 무관심했던 것은 “커다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백악관의 정치적인 인사들이 경제정책을 주도하면서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의 연방 재정흑자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불과 6∼9개월 만에 모두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사실에 입각해 국가경제 전반을 직관하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재정적자 감축계획을 과감히 추진하는 정치적 용기를 발휘했다고 그린스펀은 극찬했다.
그린스펀은 클린턴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금융위기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으며, 클린턴이 이를 수용해 과감한 긴축재정을 펼침으로써 대규모 재정흑자를 일궈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클린턴은 캐나다의 목재 가격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같은 세세한 경제문제에서부터 국가경제 전반을 모두 보는 안목을 갖추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린스펀은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 믿지 않았으나 사실로 밝혀지자 클린턴이 어떻게 그런 무모한 짓을 했는지 실망스럽고 서글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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