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암봉과 어우러진 응진전. 서울관광재단 제공.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 “기운 받으러 산에 간다”는 이른바 ‘개운 산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한 역술가가 “운이 안 풀릴 때는 관악산 연주대에 가보라”고 권하면서 주말마다 관악산을 찾는 젊은 등산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렇다면 관악산에는 정말 특별한 기운이 있는 걸까. 풍수지리학 전문가 손전익 위덕대 박사는 YTN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관악산을 예로부터 경기 지역의 다섯 신령스러운 산, 이른바 ‘경기 오악’ 중 하나로 꼽아왔다고 설명했다. 산의 형상이 선비가 쓰는 정자관을 닮아 ‘관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특히 관악산은 불의 기운, 즉 화기(火氣)가 강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멀리서 보면 능선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형상을 띠기 때문이다. 풍수에서는 이를 화성(火星)으로 분류하는데, 기운이 강한 만큼 길흉화복도 극단적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이 같은 인식은 조선 건국 때부터 이어졌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할 당시 무학대사는 “관악산의 화기가 도성으로 쏟아져 전란과 화재가 잦을 것”이라며 경복궁 정문이 관악산을 바라봐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도전이 유교 예법을 들어 남향을 고집했고, 이성계는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조선 왕실에서는 권력 다툼과 화재가 이어졌고,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불탄 일을 두고 무학대사의 경고가 맞았다는 해석도 전해진다.
관악산 언주대로 몰린 등산객들. 인스타그램
경복궁 근정전의 기단에 조각된 해태와 방위신상 등 석조 조각물들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조각미술품들이다. 서울신문DB
관악산의 화기를 누르기 위한 비보책도 곳곳에 남아 있다. 숭례문 현판을 세로로 세운 것, 광화문 앞에 해태상을 배치한 것, 궁궐 현판에 물을 상징하는 검은색을 사용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연주대에서 가장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던 인물로는 세조가 꼽힌다.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죄책감과 심한 피부병에 시달리며 연주대를 자주 찾았다. 연주암을 왕실 사찰로 중창하고 직접 예불까지 올렸지만 병은 낫지 않았다.
이후 증상은 더욱 악화됐고, 세조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쳤다. 뒤를 이은 예종 역시 즉위 14개월 만에 1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연주대에서 빈 소원이 이뤄졌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관악산 기슭에 서울대가 자리 잡은 것 역시 풍수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손 박사는 “관악산에서 가장 강한 두 산줄기의 맥이 그 방향으로 내려간다”며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주대 정상의 응진전은 석가모니불과 16나한을 모신 전각으로, 강한 화기를 다스리는 상징적 공간으로도 해석된다.
‘연주대에 오르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에 대해 손 박사는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산에 오르며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생각이 바뀌는 과정 자체가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산이 더 좋다고 보긴 어렵지만 각 산마다 가진 기운이 다르다”며, 풍수적으로 기운이 좋다고 알려진 산으로 덕유산과 속리산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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