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포커스] 라시다 다티 프랑스 새 법무장관

[피플 인 포커스] 라시다 다티 프랑스 새 법무장관

이종수 기자
입력 2007-05-21 00:00
수정 2007-05-2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파리 이종수특파원|‘화장품 판매원, 간호조무사에서 법무장관까지.’ 라시다 다티(42) 프랑스 신임 법무장관의 ‘인생역정’이 화제다. 그녀는 지난 18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단행한 ‘1기 내각’에서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 이민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장관, 그것도 내각 서열 7위의 법무 장관에 임명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녀가 가난한 집안 환경탓에 고학으로 열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가면서 남다른 성취 욕구로 자수성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녀는 1965년 11월27일 프랑스 동부 소도시 샬롱-시르-사온에서 모로코 노동자 출신의 아버지와 알제리인 문맹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넉넉하지 않은 수입으로 영세민용 임대아파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2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그녀는 공부에만 전념할 수 없어 ‘주경야독’을 해야 했다.14세때는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화장품 판매원을 하기도 했다.16세부터 18세까지는 밤에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공부했다.

당시 그녀가 일했던 생-마리 병원의 간부인 샹탈 로베르는 “1980년대 중반쯤 우리 병원에서 일을 했는데 여름방학 때는 거의 매일 일하다시피했다.”며 “자기에게 엄격하고 성공할만한 자질이 보였는데 법무장관이 돼 자랑스럽다.”고 회고했다.

다티 장관의 삶은 1986년 알뱅 샬랑동 당시 법무장관을 만나면서 큰 전환기를 맞았다.

주 프랑스 알제리 대사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샬랑동 장관을 만난 그녀는 “일자리를 좀 구해달라.”고 당차게 부탁했다.20여년 뒤 법무장관이 될 ‘재목’을 알아봤을까? 다티의 사연을 들은 샬랑동 장관은 다음날 식사를 대접하며 정유회사인 엘프 아키텐느사에 추천서를 써주고 직접 전화까지 했다.

샬랑동 장관의 도움으로 그럴듯한 회사에 처음 취업하게 된 그녀는 3년 동안 회계원으로 일하며 디종의 부르고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석사를 마친 뒤 마트라 통신사에 입사해 회계사로 전문성을 키워갔다. 이어 사주인 장 뤼 라가르데르의 눈에 띄어 영국의 유럽재건개발은행에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국제적 경험을 쌓았다.

내친 김에 1997년 2년 과정의 국립사법학교에 입학해 영역을 넓혔다. 이어 보비니 지방법원 연수생을 거쳐 아미앵 고등법원 재판소 판사, 에브리 법원 검사 등을 거쳤다.

매사에 적극적이었던 그녀는 사르코지가 내무장관 시절에도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편지를 보냈다. 두 차례나 답장이 없었지만 세번째 편지를 보내 사르코지의 허락을 받아냈을 정도로 집념이 강했다. 마침내 2002년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2007년 1월엔 사르코지 후보의 공동대변인으로 활약했다.

법무장관 임명 소식을 듣고 “굉장한 순간이고 내겐 큰 영예”라고 일성을 터뜨린 그녀는 “대통령이 보여준 기대에 부응, 프랑스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vielee@seoul.co.kr
2007-05-21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