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혁명 패자의 복귀 ‘적과의 동침’

오렌지혁명 패자의 복귀 ‘적과의 동침’

이세영 기자
입력 2006-08-04 00:00
수정 2006-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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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의 패자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키에프의 정부청사에 화려하게 재입성했다. 그것도 ‘숙적’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의 총리 임명장을 받아들고서.

유시첸코 대통령은 야누코비치 전 총리와 11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그를 새 총리에 임명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AP 등이 3일 보도했다.

이로써 오렌지혁명 이후 급격한 서구화 길을 걷던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대통령’과 ‘친러시아 총리’가 국정을 분담하는 ‘동거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유시첸코 대통령이 이끄는 우리 우크라이나당은 야누코비치의 지역당과 한때 동지였던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의 티모셴코 블록에 밀려 3당으로 전락했다.

4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달 18일 친러 성향인 지역당과 공산·사회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 야누코비치를 총리로 지명했다. 그러나 유시첸코 대통령은 승인을 미룬 채 의회해산을 통한 조기총선 가능성을 흘렸고, 지역·공산·사회당 연합은 대통령 탄핵 카드로 맞서면서 정치위기가 고조돼 왔다.

야누코비치의 총리 임명은 결과적으로 친러파의 탄핵압력에 유시첸코 대통령이 굴복한 모양새가 됐다.

이를 의식한 듯 유시첸코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와의 회견에서 “정책 결정 원칙은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당분간 친서방 외교노선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문제는 야누코비치의 총리 임명에 대해 “오렌지 혁명에 대한 배신”이라는 티모셴코 진영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유시첸코 대통령이 그동안 공언해온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본격화한다면 러시아어 사용인구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있는 야누코비치 내각으로선 ‘중대 결심’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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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8-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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