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茶사랑 식는다

중국인 茶사랑 식는다

안동환 기자
입력 2006-07-24 00:00
수정 2006-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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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杭州) 사람들은 ‘차는 마시는 게 아니라 먹는다.’고 말한다. 중국인에게 차는 일상에서 빼 놓을 수 없다.

5000년이나 되는 차의 역사에다 종류만 8000여가지가 넘는다. 차 애호가에게 팔리는 고급차의 경우 100g에 16만위안(약 2300만원)이나 된다.

그런 중국인의 애정이 흔들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3일 고급 자본주의 소비재로 상징되는 미국 ‘스타벅스’가 중국의 전통적인 차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항저우 외곽의 차 재배지인 메이자마을.63세 여성 자오는 딸과 함께 하루 10시간씩 녹차밭에서 비지땀을 흘려야 한다.

자오가 따는 찻잎은 항저우가 산지인 ‘룽징(龍井)’의 재료가 된다. 룽징은 항저우의 대표적인 녹차이다.20㎏의 녹차잎으로 만들 수 있는 룽징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최상급은 1㎏에 우리돈으로 170만원이나 된다.

자오의 남편 메이는 그럼에도 최근 몇년 새 적지 않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차는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변한 것 같다는 한숨이다. 그의 말대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국인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

대를 이어 차를 재배해 온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건 다름아닌 메이가 그토록 손자를 유학보내고 싶어 하는 나라에서 온 스타벅스다.

1999년 베이징에 진출한 후 스타벅스는 매년 매출액을 30% 이상 늘리면서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 1호점은 설립 2년만에 3200만위안(약 38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정도다.

현재 상하이에만 47개의 지점이 있다. 중국 18개 도시에 200여개가 넘는다. 중국 스타벅스는 커피 1잔을 중국인의 소득수준에서 볼 때 싸지 않은 30위안(3500원)에 팔고 있다.

스타벅스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수는 없는 전통 차산업도 맞대응을 펼치고 있다. 떫은 맛을 없애고, 거품이 더 많이 일고 향기를 진하게 하는 등 도시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제품을 내놓고는 있다.

중국 젊은층을 사로잡은 스타벅스의 ‘커피 라테’가 중국 문화의 자존심인 전통차를 집어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중국내에서 커지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2006-07-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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