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세계 각국의 주요 선거에서 제 1당과 2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대등하게 나눠 갖는 정치적 양분 상태, 정치적 교착국면이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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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지난해 11월 독일 총선과 지난 4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사상 유례 없는 접전이 펼쳐진 데 이어 지난달 치러진 체코 총선에서도 좌·우파가 100석씩을 나눠가졌다.
‘좌파 바람’이 거센 라틴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2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은 예비개표 결과 우파인 펠리페 칼데론 국민행동당 후보와 좌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민주혁명당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간 지지율 차이는 1%포인트 남짓.2월 코스타리카 대선과 지난달 페루 대선에서도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대혼전이 빚어졌다.
●2000년 미국 대선후 확산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정치세력간 힘의 균형상태가 이어지면서 집권당의 권력행사가 제약받는 비정상적인 정치적 교착국면이 펼쳐지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신문이 지적한 대표적 사례는 2000년과 2004년 대통령선거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미국.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격돌했던 2000년 대선은 재검표 소동과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서 무려 45일간 당선자 발표가 미뤄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로마노 프로디의 좌파연합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우파연합이 맞붙은 이탈리아 하원선거에서도 불과 0.1%P차로 뒤진 베를루스코니측이 승복을 거부하면서 1주일 넘게 정치일정이 중단됐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총선에서 불과 4석차로 운명이 갈린 집권 사민당과 제1야당인 기민·기사연합이 연립정부의 주도권을 두고 2개월 넘게 줄다리기를 벌였다. 체코 역시 독일과 비슷한 상황이 1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원인
미주와 유럽,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정치적 양분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있지만 모든 경우를 아우르는 공통된 원인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적 성장동력이 고갈돼 가는 유럽에서는 ‘좌파의 보수화’와 ‘우파의 급진화’에 따른 정치적 수렴의 결과 이 같은 교착상태가 초래됐다. 반면,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적 균형은 시장주의 확대의 부작용으로 계급분할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또 다르다. 이라크전쟁과 낙태·안락사·동성애를 둘러싼 논란에서 드러나듯 정치적 균열의 핵심에는 국가 정체성과 대통령의 역할, 사회적 보수주의와 관련된 관점들의 양극화가 자리잡고 있는 까닭이다.
더 타임스는 “미국에선 가치관을 둘러싸고, 유럽·중남미에선 경제적 비전을 놓고 정치적 논란이 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차이”라고 진단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7-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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