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지운특파원|판자위안(潘家園)에서는 ‘무엇이 있느냐.’는 것보다는 ‘무엇이 없느냐.’는 물음에 답하기가 훨씬 쉽지 않을까. 공설운동장만한 곳을 가득 메운 좌판과 온갖 잡동사니 더미를 보고난 뒤 떠오른 생각이다.
위안샤오제(元宵節·대보름)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판자위안 골동품시장(潘家園舊貨市場).
●서울 인사동+황학동 벼룩시장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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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판자위엔 주말 골동품시장. 인사동과 황학동 벼륙시장의 성격을 합쳐놓은 것 같은 이곳에 지난 12일 주말 아침인데도 인파로 붐비고 있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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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판자위엔 주말 골동품시장. 인사동과 황학동 벼륙시장의 성격을 합쳐놓은 것 같은 이곳에 지난 12일 주말 아침인데도 인파로 붐비고 있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 jj@seoul.co.kr
서울 인사동과 닮은 점도 있으나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여기에 ‘황학동 벼룩시장’을 하나쯤 더 얹어야 할 듯하다. 이른바 벼룩시장과 만물시장 성격이 뒤섞인 게 베이징의 인사동으로 알려진 ‘류리창(琉璃廠)’과의 차이점이다. 토·일요일에만 문을 여는 점도 마찬가지다.
베이징 동남쪽 마천루 한 가운데 남은 옛 건물의 솟을 대문에 들어서니 한가운데 정사각형을 이룬 대형 철제 구조물 4개가 눈에 들어온다.1개의 크기가 족히 대형 농수산물 공판장 1개쯤은 되어보인다. 주변을 2층짜리 목조 상가가 두르고 있다.2∼3년쯤 전에는 없던 구조물이다. 한때 철거의 위기를 맞았으나 외국인의 반응이 좋자 정식 건물이 지어지고 상인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정취가 퇴색됐다는 아쉬움도 있다.
베이징 최대의 벼룩시장에서 물품을 나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고가구·도자기·악기·수공예품·장신구·의류·모자·각종 그림·축음기·도서 등이 즐비하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옛날 사진부터 초기 공산당의 각종 이념 서적도 널려 있다.
●흥정은 기본… 잘 고르면 진품 골동품도
게다가 흥정도 있다. 예컨대 지압용 호두를 살라치면, 벌써 “청나라 건륭황제가 사용하던…”으로 시작하는 노점상을 만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200여년이 넘었다는 얘기다. 건륭황제는 청나라 최전성기를 이룬 황제로 중국인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물론 예전에는 진품도 많았다고 한다. 시장엔 근·현대 중국의 체취가 가득하다. 최소한 3세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는 듯하다.
“(과거에는)안목있는 사람과 같이 와서 옥이나 벼루같은 제품들을 골라가면 횡재하곤 했다.”는 귀띔도 있다. 요즘에는 판자위안에는 진품은 많지 않고 얼치기 골동품이 늘었다고 한다. 골동품상들의 싹쓸이로 이젠 좋은 물건들이 예전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는 얘기다. 어떤 이들은 아예 모두 가짜 취급을 한다.
하지만 어떤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여행의 추억을 되살리는 장식용 물건이나 선물 한 두점을 챙겨오는 데는 충분한 곳이다. 한창 유행을 타고 있는 경극의 탈도 다양하고, 시안(西安)을 가지 않아도 각종 크기의 병마용(兵馬俑)을 구할 수도 있다. 여자를 도망가지 못하게 발을 쌌던 비단 전족도 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주말에만 문을 연다는 점이다. 일정이 빡빡한 한국 관광객들에게 이 곳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을 돌아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들른 고(古)가구 상점들은 한국을 휩쓸고 있는 중국산 고가구 열풍을 떠올리게 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마침 베이징을 찾을 기회가 있다면, 한번 들러 시장조사를 해볼 일이다.
jj@seoul.co.kr
2006-02-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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