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미국 외교 전면전

베네수엘라·미국 외교 전면전

박정경 기자
입력 2006-02-04 00:00
수정 2006-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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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사관 무관이 스파이짓.”

“베네수엘라는 ‘악의 축’과 친구.”

두 나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실력행사’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간 못마땅해하면서도 외교적 설전만을 벌였던 두 나라는 대사관 직원 추방 등 점점 더 서로를 ‘제국주의’와 ‘불량국가’로 못박으며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이다.



“美대사관 직원이 무기정보 빼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집권 7주년 TV 연설에서 “미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존 코레아’란 해군 장교가 간첩 활동을 했다.”면서 공개적으로 추방 명령을 내렸다. 그는 나아가 “무관들이 또 그런다면 구금될 것”이라며 “다음 단계는 미국의 모든 군 파견단을 내쫓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자국의 전·현직 해군 장교들이 민감한 국가 기밀을 미 국방부에 전달한 사건에 미 대사관 무관들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문제의 기밀은 무기 계약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가 스페인에서 20억달러 규모의 군용 수송기와 정찰기를 도입하려 하자 미국은 자국산 부품이 포함돼 있다며 제동을 건 상태다.

럼즈펠드,“차베스는 히틀러 같아”

미국 정부는 간첩 혐의를 부인하면서 외교 채널로 해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파들은 베네수엘라를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바로 차베스를 대고 “걱정스러운 인물”이라며 “히틀러처럼 합법적 선거로 뽑혔지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고 비아냥댔다.

존 니그로폰테 미 국가정보국장은 베네수엘라가 북한, 이란 등 이른바 ‘악의 축’ 국가들과 친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북한과는 지난해 11월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1999년 철수한 상주 대사관 설치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 에너지 대국들이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의 ‘특별경계’를 주문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17%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화당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세계 5위의 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을 주도해 미국으로선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올들어 유정통제권을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환수하기도 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이 침공을 기도한다면 석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일각에선 ‘제2의 이라크’가 나온다면 베네수엘라가 될 것이란 설도 제기된다. 베네수엘라가 스페인과 브라질에서 잇따라 무기 도입을 추진하는 데 대해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2006-02-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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