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에는 집권 파타당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제 2당이 될 것으로 점쳐졌던 팔레스타인 극렬 무장단체 하마스가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얻는 ‘무혈혁명’을 이뤄냈다.
집권 파타당의 자치정부 내각은 선거 패배에 따라 총사퇴했다. 아마드 쿠라이 총리는 “팔레스타인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하마스에 새 정부 구성을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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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여론조사와 출구조사를 뒤엎고 하마스가 승리함에 따라 앞으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비롯한 중동정세는 매우 불투명해졌다.
●하마스 승리 배경
하마스가 집권에 성공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먼저 하마스는 일반에게는 극단적인 투쟁을 한 것으로 비쳐졌지만 극한 투쟁의 이면(裏面)에는 봉사와 구호활동을 통해 팔레스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파타당이 부패했던 것도 하마스가 승리하게 된 배경이다. 하마스는 구호활동을 꾸준히 해오며 민심을 얻으면서 부패한 파타당과는 매우 대비됐다.
미국이 자충수를 둔 측면도 없지 않다. 선거 직전 워싱턴포스트에 의해 불거진 미국의 파타당 자금지원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자극했고 결국 ‘역풍(逆風)’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흐릿해진 중동평화 로드맵의 미래
‘이스라엘 파괴´를 조직 강령에 명시하고 있는 하마스가 집권에 성공함으로써 3월28일로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에도 당장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도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 등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등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대결은 강(强) 대 강(强)의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양측의 강경파 정권끼리 정면 충돌 가능성도 있어 중동평화 로드맵의 이행 여부가 매우 불투명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이란 핵문제, 이라크 안정화 지지부진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에 팔레스타인 문제까지 겹쳐질 경우 기름에 불을 끼얹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그러잖아도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도 ‘기름’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 하마스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사다. 파타당을 끌어안는 대연정 구상으로 나올지 아니면 단독 집권을 선택할지가 주목거리다.
하마스 지도자이면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이스마일 하니야는 “새 정부 구성에 관해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 및 파타당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타당이 대연정 구상을 수용할지도 불투명하다.
하마스가 제 2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총선 전만 해도 하마스의 제도권 진입은 실용주의 노선 선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단독 집권이 가능한 상황에서 하마스가 어떤 정국 구상을 갖고 나올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부 간부들은 이스라엘과의 대화 등 현실적인 발언을 하고는 있지만 이날 개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하마스의 알 자하르 후보는 “무장투쟁 노선을 접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파괴를 규정한 강령에 수정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무장해제를 하고 이스라엘 인정을 압박해왔다. 만약 하마스가 이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미국은 자치정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여 재원이 부족한 팔레스타인의 목줄을 죌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단기적으로 이 지역 정세에 혼란스러운 국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주목받았던 형제의 대결은 동생의 승리로 끝났다. 형인 파타당 소속의 지브릴 라주브(52) 국가안보보좌관은 떨어진 반면 하마스 소속의 동생 나예프(47)는 당선됐다.1550만 유권자 가운데 76%가 투표에 참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의 최종 개표 결과는 26일 오후(현지시간)에 나올 예정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2006-01-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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