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의회, 대통령 축출

에콰도르 의회, 대통령 축출

입력 2005-04-22 00:00
수정 2005-04-2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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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정정불안이 계속돼 온 에콰도르에서 대통령이 또 바뀌었다.

에콰도르 의회는 반정부 시위가 일주일째로 접어든 20일(현지시간) 직무유기 등의 이유로 루시오 구티에레스(48) 대통령을 축출하고 심장병 학자인 알프레도 팔라시오(66) 부통령을 새 대통령에 취임시켰다.

●8년새 대통령 3명 물러나

1997년 이래 구티에레스를 포함한 대통령 3명이 전부 의회 결의나 쿠데타로 임기중 물러나는 진기록을 세웠다.

구티에레스는 시위대로 둘러싸인 대통령궁에서 군용 헬기편으로 빠져 나와 키토 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했으나 시위자들이 공항 주변을 봉쇄, 출국에 실패했다.

브라질 정부는 구티에레스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에콰도르 주재 브라질대사가 21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린 구티에레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군부도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고 경찰은 무력진압을 포기했다. 의회는 구티에레스가 대법원을 해산하고 독단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위헌이라며 ‘대통령직 포기’를 위해 헌법 조항에 따라 그를 해임했다고 밝혔다.

구티에레스는 지난해 12월 부패 등으로 자신을 탄핵하려던 야당의 계획이 무산된 뒤 대법관들이 다시 조사하려 하자 이들을 면직했다. 이어 대법관 31명 가운데 27명을 자신에 동조하는 인물로 교체했다. 이후 법원은 구티에레스뿐 아니라 1997년 부패 혐의에다 ‘정신적 결함’으로 탄핵돼 망명중인 압달라 부카람 전 대통령에게도 면죄부를 줬다. 구티에레스는 대법관 해임과정에서 귀국을 바라는 부카람과 뒷거래를 했다는 거센 비난까지 샀다.

시민과 학생들은 13일부터 에콰도르 전역에서 구티에레스의 사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구티에레스는 15일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시위가 격화되자 하루 만에 비상사태를 풀고 문제가 된 대법원도 해산했다.

시위대는 20일 의사당 건물로 난입, 창문과 의자 등의 기물들을 부쉈다. 이에 구티에레스 지지자들이 총기로 무장하고 의사당으로 몰려와 유혈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빅토르 우고 로세로 합참의장은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위 진압을 책임진 경찰청장도 에콰도르 국민과의 대치에 방관자로 있을 수 없다며 사임했다.

●측근비리·부정부패에 국민들 외면

육군 대령 출신인 구티에레스 대통령은 2000년 하밀 마와드 전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 쿠데타 당시 배후의 핵심인물이었으나 전면에 나서지 않고 2002년 대선에서 승리, 이듬해 1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초긴축적인 경제정책과 친미정책으로 6%의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가족들과 측근들의 비리로 지지기반은 급격히 무너졌다. 미국은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고 에콰도르 국민들이 평화롭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해, 구티에레스 정권을 외면했다.

팔라시오는 1년 6개월 남은 구티에레스의 잔여기간만 대통령직으로 남아 차기 선거를 준비할 예정이다. 그는 의회에서의 취임 직후 기자들에게 “독재와 오만은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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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5-04-22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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