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석 기자의 아시아 창] 말레이-印尼 원유분쟁 속사정

[황장석 기자의 아시아 창] 말레이-印尼 원유분쟁 속사정

입력 2005-03-07 00:00
수정 2005-03-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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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지난 2일 우리에게 원목 산지로 낯익은 보르네오섬 동쪽의 술라웨시해(海)에 위치한 말레이시아령 시파단섬과 리기탄섬 주변에 군함과 전투기를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며칠전 양국 정상이 회담을 갖고 우의를 다졌던 터라 인도네시아의 무력시위는 돌발적인 것으로 인식됐다. 왜 그랬을까.

인도네시아는 두 섬의 영유권을 놓고 오랜 세월 말레이시아와 분쟁을 벌여왔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 2002년 말레이시아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승복할 수 없었다. 주변 해역의 유전지대가 탐났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중순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은 이 일대 유전 개발권을 다국적 석유자본인 로열더치셸에 넘겨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연히 인도네시아는 “로열더치셸이 개발하게 될 유전지대가 우리 영해에도 걸쳐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즉각 반발했다.

여기에 더해 말레이시아가 인도네시아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불법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재개한 것도 무력시위를 부른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지난 1일 말레이시아는 경찰 등 30만명을 동원해 4개월간 유예해온 불법 이주노동자 단속을 재개했다. 적발된 노동자는 추방해 재입국을 금지키로 했다.

문제는 40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주노동자 중 같은 언어권인 데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국민소득이 높은 말레이시아로 돈을 벌러 몰래 들어오는 인도네시아인들이 엄청 많다는 것이었다. 사흘 단속에 검거된 868명 중 562명이 인도네시아인이었다.

단속 재개 다음날 인도네시아가 분쟁 해역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속사정인 셈이다. 말레이시아가 다급히 외교 채널을 가동,5일 ‘양국이 공동으로 해역을 정찰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 분쟁은 수면 아래 잠복한 것처럼 보인다. 합의 직후 ‘인도네시아인들이 빠져나가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말레이시아 언론 보도가 뒤따른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surono@seoul.co.kr
2005-03-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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