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배후설… 레바논 ‘요동’

시리아 배후설… 레바논 ‘요동’

입력 2005-02-16 00:00
수정 2005-02-1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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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베이루트에서 강력한 폭탄 공격으로 사망함에 따라 그동안 내정 간여 시비를 불러왔던 시리아가 배후로 지목되는 등 레바논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암살로 오랜 내전 끝에 이룩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공존이 깨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리리 전 총리는 이날 승용차로 베이루트 해안을 달리던 중, 세인트조지 호텔 앞에서 폭탄 공격을 받고 경호원 등 13명과 함께 즉사했다. 차량 20대가 불타고 120여명이 다쳤으며 호텔 발코니가 날아갈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스러진 전후 재건의 ‘희망’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인 하리리 전 총리는 2000년에 취임, 전후 재건을 진두지휘해오다 지난해 10월 사임한 뒤 시리아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야당에 가세하면서 친시리아 성향인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정적으로 부각됐다.

시리아는 1975년 레바논 내전이 발발하자 이듬해부터 군대를 파견, 현재 1만 5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중동의 경제 요충인 레바논은 각 국에서 박해받은 기독교도와 수니파·시아파 무슬림, 드루즈파(과격 시아파) 등이 모여들어 종파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내전이 시작되자 이스라엘과 시리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자신들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레바논을 전장으로 삼았다.

하리리 전 총리는 15년을 끈 내전의 상처를 복구하고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줄 상징으로 부각됐기에 그의 희생은 곧 종파 분쟁의 조정자이자 국제사회에 레바논의 재건을 호소할 중심축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내전 재연 우려

레바논 보안군은 이날 오후 팔레스타인인 아흐메드 아부 아다스의 베이루트 집을 급습, 컴퓨터와 서류 등을 압수했다. 아다스는 암살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레반트의 지지와 성전을 위한 단체’가 알자지라 방송에 보낸 비디오에 등장한 인물이다.

이 단체는 하리리 전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앞잡이라며 “이 공격은 사우디 보안군에 살해당한 순교자들에 대한 복수”라고 밝혔다.UPI는 이 단체가 알카에다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이번 공격에 350㎏의 폭약이 사용된 데다 하리리가 탑승한 차량의 기폭 감지장비를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시리아의 정보기관 등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들은 레바논과 시리아가 책임져야 한다며 5월 총선 전 시리아군 철수와 내각 사퇴, 국제사회 조사 및 중재를 요구했다.

술레이만 프란지에 내무장관은 15일 “하리리 전 총리가 자살 차량폭탄으로 숨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또 오는 5월 레바논 총선은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05-02-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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