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의 2004년은 ‘세대교체’가 완성된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9월 장쩌민(江澤民·78)의 퇴진으로 후진타오(胡錦濤·62) 국가주석 겸 당총서기는 당 중앙군사위 주석 등극과 함께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으로 이어졌던 혁명세대의 고리를 끊고 본격적인 ‘테크노크라트’ 시대를 열었다.
장쩌민의 그늘에 가려 있던 ‘후진타오의 색깔’은 권력 승계 이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10여년간 살얼음판을 걷던 ‘2인자의 처세’를 마감하고 그동안 갈고 닦았던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내적으로 후 주석은 ‘이민위본(以民爲本·인민을 근본으로 한다.)’의 통치철학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당·정·군의 전권을 움켜쥔 후 주석은 평민 출신답게 ‘친민(親民) 지도자’로서 장쩌민 시대의 유산인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인치(人治) 청산과 법치(法治) 구현을 모토로 인민 편의를 위한 행정개혁을 필두로, 농민 보호를 위해 농지세도 폐지했다. 부패와의 전쟁을 강도높게 수행하면서 인권보호 조항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유연한 대내 통치전략과 달리 대외 전략은 ‘강성’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덩샤오핑이 ‘50년간 지속하라.’고 유언한 ‘도광양회(光養晦·실력을 기르면서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가 ‘위대한 중화(中華) 건설’의 외침 속에서 ‘화평굴기(和平起·평화롭게 우뚝 일어선다.)’로의 급속한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제일주의와 이를 실현할 개혁·개방 전략을 지속하되 축적된 국부(國富)를 토대로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을 짜겠다는 4세대 지도부의 구상으로 읽혀진다.
이라크전에 반기를 들었던 프랑스를 중심으로 ‘대EU 접근전략’을 가시화하고 있고, 내년에는 러시아와 사상 처음 합동 군사훈련에도 합의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맞선 ‘다극체제 구축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화평굴기의 외피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 독립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는 타이완과 시시각각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패권주의 등 세계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부국강병 정책이 자칫 ‘중화(中華) 패권주의’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고구려사의 자국역사 편입을 시도한 동북공정(東北工程)에서 보듯이 한국과의 ‘역사 전쟁’을 일으켰고, 아시아 주도권을 다투는 일본과의 관계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댜오위타이(釣魚臺) 영토분쟁으로 최악을 맞고 있다.
‘중화부흥(中華復興)’과 함께 대내적으로 사상통제의 고삐를 죄는 것도 눈길을 끈다. 신화사 등 관영 매체들의 ‘부르주아 자유주의’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내년 1월부터 6800만명 당원 전원에 대한 사상교육 지침을 내려서다.
워싱턴 포스트와 BBC 등 외신들은 “정치적 유화 시대의 희망을 짓밟고 있다.”며 보수 회귀를 우려하고 있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사회주의 이념의 퇴조 속에서 공산당 일당독재를 지속하기 위한 필연적 수순’으로 진단한다. 공산당의 ‘모범생’으로 권력의 정점에 우뚝 선 후 주석이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주목된다.
oilman@seoul.co.kr
지난 9월 장쩌민(江澤民·78)의 퇴진으로 후진타오(胡錦濤·62) 국가주석 겸 당총서기는 당 중앙군사위 주석 등극과 함께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으로 이어졌던 혁명세대의 고리를 끊고 본격적인 ‘테크노크라트’ 시대를 열었다.
장쩌민의 그늘에 가려 있던 ‘후진타오의 색깔’은 권력 승계 이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10여년간 살얼음판을 걷던 ‘2인자의 처세’를 마감하고 그동안 갈고 닦았던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내적으로 후 주석은 ‘이민위본(以民爲本·인민을 근본으로 한다.)’의 통치철학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당·정·군의 전권을 움켜쥔 후 주석은 평민 출신답게 ‘친민(親民) 지도자’로서 장쩌민 시대의 유산인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인치(人治) 청산과 법치(法治) 구현을 모토로 인민 편의를 위한 행정개혁을 필두로, 농민 보호를 위해 농지세도 폐지했다. 부패와의 전쟁을 강도높게 수행하면서 인권보호 조항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유연한 대내 통치전략과 달리 대외 전략은 ‘강성’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덩샤오핑이 ‘50년간 지속하라.’고 유언한 ‘도광양회(光養晦·실력을 기르면서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가 ‘위대한 중화(中華) 건설’의 외침 속에서 ‘화평굴기(和平起·평화롭게 우뚝 일어선다.)’로의 급속한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제일주의와 이를 실현할 개혁·개방 전략을 지속하되 축적된 국부(國富)를 토대로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을 짜겠다는 4세대 지도부의 구상으로 읽혀진다.
이라크전에 반기를 들었던 프랑스를 중심으로 ‘대EU 접근전략’을 가시화하고 있고, 내년에는 러시아와 사상 처음 합동 군사훈련에도 합의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맞선 ‘다극체제 구축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화평굴기의 외피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 독립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는 타이완과 시시각각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패권주의 등 세계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부국강병 정책이 자칫 ‘중화(中華) 패권주의’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고구려사의 자국역사 편입을 시도한 동북공정(東北工程)에서 보듯이 한국과의 ‘역사 전쟁’을 일으켰고, 아시아 주도권을 다투는 일본과의 관계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댜오위타이(釣魚臺) 영토분쟁으로 최악을 맞고 있다.
‘중화부흥(中華復興)’과 함께 대내적으로 사상통제의 고삐를 죄는 것도 눈길을 끈다. 신화사 등 관영 매체들의 ‘부르주아 자유주의’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내년 1월부터 6800만명 당원 전원에 대한 사상교육 지침을 내려서다.
워싱턴 포스트와 BBC 등 외신들은 “정치적 유화 시대의 희망을 짓밟고 있다.”며 보수 회귀를 우려하고 있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사회주의 이념의 퇴조 속에서 공산당 일당독재를 지속하기 위한 필연적 수순’으로 진단한다. 공산당의 ‘모범생’으로 권력의 정점에 우뚝 선 후 주석이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주목된다.
oilman@seoul.co.kr
2004-12-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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